"5년 지나면 금리 오르는데, 무슨 고정금리?"…美처럼 ‘30년 고정금리’ 어려운 이유는[머니뭐니]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 취급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이 약 3년 만에 과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변동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효과를 나타낸 셈이다. 다만 미국과 같이 30년 만기의 ‘초장기 고정금리’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내은행의 경우 5년 고정금리 적용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상품의 비중이 높아, 시장금리 변동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서 지난 3월 취급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의 비중은 57.5%로 전월(48.3%)과 비교해 9.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0년 1월(50.2%) 이후 3년 2개월 만에 과반을 넘어선 것으로, 전년 동기(19.5%)와 비교해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의 매력도가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에도 변동금리 선호 현상이 계속됐었다. 한동안 변동금리 수준이 고정금리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25%로 전년 동기(0.5%)와 비교해 1.75%포인트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18.6%에서 17.5%로 오히려 1.1%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변동·고정금리 역전 현상이 시작됐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이와 연동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지수가 급증한 영향이다. 여기다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압박이 거세지며, 금리 격차가 더 벌어졌다. 실제 당국은 행정지도를 통해 올해 은행 주담대의 장기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2.5%포인트 상향된 71%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고정금리 수요 또한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정금리 비중 확대 효과가 가계부채 안정화에 주는 영향이 한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현재 주요 은행들이 취급하는 고정금리 상품은 대부분 대출 실행 3~5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혼합형의 경우 고정금리 상품으로 취급되지만, 만기 내 고정금리 기간이 만료될 경우, 변동 위험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의 경우 10~15년 내 대출을 상환하거나 대환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이 경우에도 최소 절반 이상 기간에서 변동금리가 적용되거나 금리 수준의 변동을 겪어야 한다”며 “변동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수십 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미국과 같은 수준의 안정성을 가졌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담대 금리가 치솟으며, 고정금리 적용 기간이 끝난 혼합형 주담대 대출자들의 아우성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첫 영업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8.12%)은 5년 전 혼합형 주담대 금리 상단(4.85%)과 비교해 3.27%포인트 상승했다. 2018년 당시 5억원의 혼합형 주담대(만기일시상환)를 실행한 차주의 경우, 고정 기간이 끝나는 올 1월부터 약 136만원의 이자 부담을 추가로 떠안은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계부채 안정화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이 20~30년 이상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KB금융지주 KB경영연구소 ‘한미 은행권 대출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국내은행에서 취급 중인 주담대 중 고정금리(혼합형 제외) 비중은 5%에 불과하며, 고정금리로 분류되는 혼합금리의 비중은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은행 주담대 중 15~30년 고정금리 비중은 77% 내외로 집계됐다.
국내의 초장기 고정금리 수요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주택금융공사가 출시한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이 그 예다. 최장 50년간 4%대의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특례보금자리론에는 석 달 만에 30조원이 넘는 신청액이 몰리며, 공급 목표 80%가량이 소진됐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현재 구조로는 초장기 고정금리 도입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자금조달 안정성이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자금조달 방식 중 예금의 비중(82%)은 국내은행(62%)에 비해 높다. 또 무원가성 예금에 해당하는 요구불예금의 비중(23%)이 국내은행(9%)에 비해 2.7배가량 많다.
요구불예금 등 무원가성 예금은 금리 변동이 있더라도, 일정하게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따라서 무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은 미국 은행들은 금리 변동이 있더라도, 비교적 자유로운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초장기 고정금리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장기 채권을 주금공 등 자산유동화기관이 매입해 은행에 현금을 공급해야 한다. 매입한 대출채권은 우량 주택저당증권(MBS)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판매된다. 은행은 현금을 다시 MBS 등 채권에 투자해 자금을 운용하는데, 장기간 자산 운용 과정에서 요구불예금의 안정성이 활용된다. 낮은 요구불예금 비중이 초장기 고정금리 대출의 걸림돌이 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은행의 자금조달 환경을 개선해야,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진성 KB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지급결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요구불예금을 확대해야 한다”며 “요구불예금이 확대돼야 주금공의 30년 고정금리 대출 MBS에 대한 투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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