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배양육, 온실가스 배출량이 쇠고기보다 많다고?
배양액 성분 정제 단계서 많은 에너지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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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건강,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배양육 개발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배양육이란 가축을 키워 도축하지 않고 동물 세포를 배양해 얻는 고기를 말한다. 그러나 배양육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고려하면 오히려 배양육이 축산 고기보다 지구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배양육의 중요한 개발 명분인 친환경 가치와 모순된다는 주장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에 힘입어 전 세계 육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생산량이 1961년 7057만톤에서 2020년 3억3718만톤으로 늘었다. 세계식량농업기구는 육류 수요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돼 2050년엔 지금의 2배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세계인이 즐겨 먹는 고기는 닭(오리), 돼지고기, 쇠고기 3가지가 주류다. 닭을 비롯한 가금류가 39%로 가장 많고 이어 돼지고기(32%), 쇠고기(22%) 순이다.
문제는 이들 고기를 생산하는 축산업에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점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는 축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또 방목을 위한 목초지 개발은 숲을 훼손하고, 배설물은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킨다.
그 중에서도 소 사육이 끼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소 사육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전체 축산업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대형 반추동물인 소는 음식을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트림을 통해 다량의 온실가스(메탄)를 배출한다. 2019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쇠고기 1kg당 평균 99.5kg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환산톤 기준)이 배출된다. 이는 2위를 차지한 양고기보다 2.5배 더 많은 배출량이다.
배양액 성분 정제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핵심
이에 대한 대안 식품으로 등장한 것이 배양육이다. 배양육은 사육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없을 뿐 아니라 토지와 물을 덜 사용하고, 사료와 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다는 이점도 있다.
네덜란드의 컨설팅기관 ‘시이 델프트(CE Delft)’ 분석에 따르면 배양육 소고기의 경우, 사육 소고기보다 온실가스는 92%, 대기 오염은 93%, 토지는 95%, 물은 78%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통념에 도전한 연구가 발표됐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현재 배양육 생산과 관련한 모든 과정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을 고려하면 배양육이 오히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를 사전출판 논문집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배양육 1kg당 배출되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기준)가 같은 양의 일반 쇠고기보다 4~25배 높다. 아직 동료검토 단계를 거치지 않은 논문이지만,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 왔던 배양육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에 반기를 든 연구 결과여서 향후 검증 결과가 주목된다.
과학자들은 생애주기평가(LCA) 방식을 도입해 세포 배양액을 구성하는 포도당, 아미노산, 비타민, 소금, 미네랄 등의 성분을 얻고 정제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 실험실의 생산 시설을 가동하는 데 드는 전력 등을 계산해 배양육 생산 전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추정하고 이를 쇠고기와 비교했다. 예컨대 배양액의 주요 성분인 포도당의 경우 작물 재배와 성분 채취, 의약품 수준의 오염 물질 제거 과정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 상당한 에너지가 투입된다. 연구를 이끈 데릭 리스너 박사는 “배양액은 박테리아 같은 오염 물질이 없도록 의약품등급 수준의 정제가 필요하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박테리아가 훨씬 더 빨리 번식해 세포 성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 해결 없이 배양육 양산 땐 탄소발자국 더 커져”
연구진이 배양육 생산 전 과정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계산한 결과, 생산 규모 등에 따라 배출량이 배양육 1kg당 246~1508kg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현재 쇠고기 1kg의 배출량 중앙값 60kg의 4~25배에 해당한다.
배양육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은 배양액 물질의 정제와 관련한 화석연료 에너지에서 나온다. 연구진은 그 양이 쇠고기 생산에 사용되는 것보다 3~17배 더 많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어떤 동물 세포를 배양육으로 만드는지와 상관없이 온실가스 배출량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또 이번 계산은 배양육 생산시설을 확장할 경우에 따른 환경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배양육이 양산 단계에 들어가면 탄소발자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시험생산 단계에서 환경 영향이 불거지지 않고 있지만, 양산단계에 들어가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배양육과 같은 신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새로운 개념이지만 매우 중요하다”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동물 세포에 기반한 배양육은 전통 도축육 생산 시스템보다 더 자원 집약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과 배양육 옹호 기관의 공방
연구진의 이번 계산 결과는 지난 1월 시이 델프트가 발표한 생애주기평가와는 매우 다르다. 이 기관은 2030년 배양육을 양산할 경우, 배양육의 탄소발자국은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는 적고 닭고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관은 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탄소발자국은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이 기관의 보고서는 대체육 보급운동 단체인 굿푸드연구소(GFI)의 후원을 받아 작성됐다. 또 현재 의약품등급으로 정해져 있는 성분을 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식품등급으로 대체한 가상의 미래를 전제로 탄소발자국을 계산했다.
굿푸드연구소는 “현재 모든 배양육은 의약품등급의 배양액에서 배양되고 있지만, 의약품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이 식품 생산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리스너 박사는 이에 대해 “아주 소량의 오염 물질도 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데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에는 오염 물질에 대한 대항력이 더 강하도록 동물 세포를 조작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스너 박사는 “배양육의 탄소발자국 문제는 양산 단계로 규모를 확장하기 전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굿푸드연구소는 영국 <데일리메일>에 “연구가 아직 완전한 동료 검토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 가정과 결론이 바뀔 수 있다”며 “연구가 전제한 몇 가지 주요 가정은 세포 배양액 성분의 출처 및 정제와 관련한 현재 또는 예상되는 관행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전 세계 배양육 개발업체는 150여개사
2013년 배양육이 처음 선보인 지 10년이 지났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배양육을 식품으로 공식 인정한 나라는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싱가포르는 2020년 말 미국의 잇저스트(Eat Just)가 생산하는 배양육 닭고기의 시판을 승인했다. 식품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싱가포르는 배양육과 같은 대체육을 통해 2030년까지 식량자급률을 30%로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잇저스트는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 배양육을 파는 정육점도 열었다.
미국도 올해 들어 식품의약국(FDA)이 2개 회사(업사이드푸드, 굿미트)의 배양육에 대해 식품으로서 안전하다는 판정을 내려, 상품화의 길을 열어줬다.
굿푸드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는 2022년 말 현재 156개사이며, 이들이 받은 총 투자액은 26억달러(약 3조5천억원)에 이른다.
*논문 정보
doi: https://doi.org/10.1101/2023.04.21.537778
Environmental impacts of cultured meat: A cradle-to-gate life cycle assessment.
biorxiv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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