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함과 경쾌함이 공존하는 주상복합아파트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3. 5. 16. 09:37
공간의 핵심 요소이자 디테일을 완성하는 자재는 집 전체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민한 자재 선택과 타고난 감각으로 세련된 집을 완성한 심우정·윤경화 부부의 집을 소개한다.
심우정·윤경화 씨는 24세 된 딸과 이제 막 20세가 된 아들 남매를 두고 있는 25년 차 부부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수 년 전에 분양받은 119㎡(36평) 주상복합아파트로, 당시 고등학생과 중학생이던 아이들을 전학시키는 것이 내키지 않아 임대를 하다 둘째가 20세가 된 올해 이사를 결심했다. 지은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아파트라 손볼 곳은 많지 않았지만, 도배만 하고 들어오는 것은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 리모델링을 결심했고,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면서 준비를 시작했다. "주상복합아파트의 특성상 작은 창문이 많고, 공간 효율이 떨어졌어요. 특히 평수에 비해 방이 작았는데, 침대와 책상 등 가구까지 놓으면 아이들이 제 방에 있는 동안 답답해할 것 같았죠. 그렇다고 맘껏 구조 변경을 할 수도 없었어요. 집에 철거할 수 없는 내력벽이 여럿 있었거든요. 공간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디자인적으로 아름다운 집을 만드는 것이 이번 리모델링의 목표였죠."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서는 일단 내부 레이아웃을 재정비해야 했다. 윤경화 씨가 바라는 널찍한 주방 그리고 주방과 분리된 다이닝 공간을 만들기 위해 주방에 딸린 팬트리를 철거했고, 'ㄴ’ 자 싱크대 대신 일자형 싱크대와 주방 중앙에 아일랜드 조리대를 설치해 개방감을 더했다. 자녀들 방은 철거할 수 없는 내력벽 사이로 책상과 수납장을 짜 넣어 애매하게 남는 공간을 없앴고, 부부 침실은 서재도 겸할 수 있도록 선반형 헤드와 책상을 제작해 넣었다. 마감재는 모던한 분위기에 내추럴한 무드가 적절히 어우러질 수 있도록 콘크리트 질감이 나는 인테리어 필름, 포세린 타일, 헤링본 패턴 마루 등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었다. 획일화되지 않은 소재와 컬러의 조합으로 독특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인테리어 필름의 대발견
심우정·윤경화 부부의 집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벽으로 시선이 모인다. 콘크리트 느낌이 나는 벽의 정체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얼핏 시멘트 도장인가 싶지만 사실 이 마감재는 인테리어 필름이다. "독일 레놀릿사의 인테리어 필름지를 사용했어요. 세련된 시멘트 도장 느낌이 나면서 관리도 편하거든요.
페인트 도장 또는 도배는 흠집이나 오염에 취약한 데 반해 인테리어 필름지는 스크래치와 충격에 강할 뿐 아니라 오염물이 묻었을 때 쉽게 닦아낼 수 있어요.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우드, 패브릭, 스톤 등 질감과 패턴이 다양하죠." 시공을 맡은 디자인코멘트 신윤섭 실장의 설명이다. 가구나 마감재 위에 덧대어 시공할 수 있는 인테리어 필름은 다른 마감재에 비해 시공 부위에 대한 제약도 적은 편이다. 이러한 인테리어 필름의 특성 덕에 거실과 주방 벽면, 문, 아일랜드 조리대에 이르기까지 전부 같은 마감재로 시공해 통일감을 줄 수 있었다.
집 안을 채운 컬러의 조합도 흥미롭다. 모던한 인테리어를 상징하는 그레이에 내추럴 인테리어의 대표색인 화이트와 우드 컬러를 더한 것.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원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막연하게 바닥에 포세린 타일을 깔고 벽면은 화이트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는 상상하던 분위기와 다른 느낌이 나면서 모던이 아니라 칙칙하고 무거워질 것 같더라고요. 다시 방향을 고민하던 차에 담당 실장님이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우드 타일과 우드 컬러의 필름, 곡선 처리된 가구, 둥근 조명 등으로 내추럴하고 귀여운 디테일을 주자고 말이지요. 사실 그 모습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 결과물을 보고 무릎을 탁 쳤어요. 디테일의 변화만으로 다른 집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죠."
이국적인 무드의 욕실
이 집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부부 욕실이다. 신윤섭 실장이 해외여행 중 눈여겨봐 두었던 실내 분수대 디테일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세면대 디자인과 파티션은 작은 욕실을 일순간 이국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샤워실과 세면대를 습식과 건식으로 나눈 점, 집 전체와의 통일감을 위해 우드 타일과 인테리어 필름을 적절히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자녀들 방은 공간의 효율성에 집중한 곳이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넓게 사용하기 위해 철거가 어려운 내력벽 사이로 모듈처럼 수납장과 책상을 짜 넣었다. 침대 헤드의 위치도 눈여겨볼 포인트. 침대 헤드는 의례히 창가 쪽으로 두기 마련이지만 심우정·윤경화 부부의 집은 예외다. "침대 헤드를 창가에 두면 벽면에 결로가 생기기 쉬워요. 이렇게 반대로 두면 파티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구조적인 멋까지 더할 수 있죠."
이색적인 마감재와 작은 디테일 그리고 아이디어를 모아 완성한 심우정·윤경화 부부의 집. 단순히 보기에만 예쁜 집이 아닌, 살림 하나하나의 사이즈까지 챙겨가며 가족 맞춤으로 디자인한 집은 아름다움을 넘어 생활의 질까지 끌어올린다.
#아파트리모델링 #인테리어 #여성동아
사진제공 디자인코멘트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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