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은 광주시의원, "찢겨진 5‧18, 이대로 둘 수 없다"
그동안 5·18 관련 문제제기 어려워, 5·18과 광주 위해 의기투합
5·18 단체 간 갈등 원인은 당사자주의, 광주시민 목소리 담아야
5·18 관련 기관 및 행정 부실, 세력화된 단체에 휘둘려선 안돼
추앙받는 오월 위해서 다시 한 번 뜻과 마음 모아야
■ 제작 : 조성우 PD, 이호승 작가
■ 진행 : 송원대학교 선은애 교수
■ 방송 일자 : 2023년 5월 15일(월)
[다음은 정다은 광주광역시의원 인터뷰 전문]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선은애> 사흘뒤인 5월 18일은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일인데요, 지난주 광주시의회의 젊은 정치인들이 5월 관련 단체와 기관, 광주시의 부실한 5‧18행정에 대해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 광주시의회 시간에는 릴레이 5분 발언에 나선 정다은 의원과 직접 이야기 나눠봅니다. 스튜디오에 나와주셨습니다.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정다은> 안녕하십니까, 정다은입니다.
◇선은애> 광주시의원 5명이 공동 주제로 릴레이 5분 발언을 한 것은 광주시의회 개원 이후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마련하게 됐습니까?
◆정다은> 지난 3월, 다섯 명의 의원이 처음 모였습니다. 초선이지만 지난 10개월 간 활동을 하면서, 시민들로부터 들었던 5‧18 이야기, 의정활동 과정에서 확인한 문제점을 터놓고 이야기했습니다. 5‧18 이야기라는 것이 그동안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성역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이 어려워 다들 쉬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요. 의원들이 각자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나누면서 5‧18의 문제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청년정치인으로서 5‧18과 광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선은애> 발언 주제가 '응답하라! 1980'인데요. 어떤 의미라 보면 될까요?
◆정다은> 심창욱, 이명노, 채은지, 강수훈 의원 모두 5‧18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아닙니다. 저희는 학교에서, 또 사회에서 간접적으로 배운 것이 전부이고, 5‧18에 많은 시간을 바치며 연구하거나 활동했던 사람들이 아니니 오늘날 5‧18의 문제에 대해 진단을 하거나 어떤 해답이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그래서 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5‧18이 이래도 괜찮은 것인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지난 43년간 5‧18을 지켜봐 온 모든 시민들이 정확하게 5‧18을 진단하고 계시고, 해답도 어느정도 가지고 계시니 서로 생각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무형의 장을 열어 함께 방향을 찾아가자고 요청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물음에 답을 해주시라는 의미로 주제를 '응답하라 1980'으로 정했습니다.
◇선은애> 총 5명의 의원이 나선 건데요, 함께 릴레이 발언을 했던 의원님들과 어떤 주제로 발언을 했는지 직접 소개를 해주시죠.
◆정다은> 저는 5‧18 관련 단체의 사유화 주장이 옳은 것인지, 5‧18 당사자에 일반시민과 진상규명을 요구했던 90년대 열사들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오늘날 5‧18이 놓인 현실에 행정과 정치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 물었고 79년생 심창욱 의원은 '망월묘역'에 대한 허술한 관리 실태와 '사업을 위한 사업'에 치중한 5·18기념재단에 대해, 86년생 채은지 의원은 기록물 수집·보관에 관한 시스템이 부재한 5·18기록관과 기록관의 위상 정립을 위한 광주시와 유관기관의 책임에 대해, 그리고 84년생 강수훈 의원은 5월 단체 분열과 편가르기, 5·18 기념행사의 한계에 대해, 94년생 이명노 의원은 5·18교육관의 운영실태에 대해 물었습니다. 각자 2달 가까운 시간 동안 자료를 분석해서 팩트체크를 해서, 우리가 놓인 현실이 어떤지 정확하게 확인해서 마련한 주제들이었습니다. 5명이 각기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함께 25분의 시간 동안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우리가 하려고 해던 이야기는 "5·18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습니까"라는 물음이었습니다.
◇선은애> 먼저 의원님이 발언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청취자분들도 아시겠지만 최근 5‧18 단체들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죠, 발단은 무엇이었습니까?
◆정다은> 일단 5‧18단체 중 공법단체는 유족회, 부상자회, 공로자회가 있습니다. 물론 세 공법단체 이외에도 5‧18을 지키고자 하는 단체들이 많이 있고, 단체들 간의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공법단체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지난 2월 19일 5‧18 때 광주에 투입됐던 특전사 동지회와 함께 "용서와 화해"라는 의미의 행사를 치르겠다고 발표한 것이 갈등이 폭발하게 된 트리거가 됐습니다. 용서를 구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고 5‧18 당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밝혀지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점도 섣부르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지배적 의견이었습니다. 쏟아지는 반대성명에도 두 공법단체가 "5‧18 당사자인 우리가 직접 해결하겠다"라면서 행사를 강행하면서 갈등이 폭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행사에 온다는 특전사 동지회 150명 중 5‧18 당시 광주에 왔었던 사람이 3~5명 뿐이라는 단체대표자들의 말을 듣고 그럼 우리가 맞이하게 될 150명 중에 용서와 화해의 상대방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은 5명이라는 것인데 그 5명이 5‧18 진압군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인지, 우리 광주의 용서가 우스워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선은애>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데요, 의원님은 이런 갈등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다은> 당사자주의라고 생각합니다. 5‧18이 있었던 열흘이라는 시간 속에는 피해의 역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항과 대동의 역사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피해의 측면에서 보면 그냥 5‧18이 얼마나 잔혹한 일이었던가로 끝나지만, 저항과 대동의 측면에서 보면 평범한 시민들이 완성한 숭고하고 경이로운 항거의 의미를 갖습니다. 개인이 아닌 사회적으로는 피해보다는 저항과 대동의 역사가 더 무게와 가치를 갖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피해가 일부나마 회복된 뒤에도 5‧18이 시대정신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그 덕분입니다. 그런데도 유족, 부상자, 공로자라는 이름으로 5‧18의 당사자를 한정하고 그 관점에서 5‧18에 대한 처분권을 가진 사람을 특정한 것이 오늘날 찢긴 5‧18의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합니다.
◇선은애> 이번 43주년 기념일을 맞이하면서 이들 단체 간의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정다은> 직접 경험을 또는 학습된 정보로써의 5‧18이 아닌 살아서 계속되는 시대정신으로 오월정신이 남으려면 오늘날 갈등이 반드시 봉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갈등의 원인은 이번에 5분 릴레이 발언에서 언급되었던 5‧18의 문제상황들과 연관이 있습니다. 당사자 단체는 물론 대책위 소속 시민들께서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이고 반드시 잘 해결하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 전처럼 어느 한쪽이 귄위나 부채감에 눌려 일방적으로 물러서는 모양이 아니라, 현재 5‧18이 처한 문제들에 대해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도 반드시 광주의 일반시민의 목소리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할텐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걱정입니다. 광주의 5월은 매년 찾아왔고, 광주에서 산다는 것은 오월을 함께 살아내는 것입니다. 광주사람들은 원한 적 없지만 5‧18을 공유했고, 의도한 적 없었지만 5‧18을 상속받아 지난 43년간 공격과 차별의 대상이 됐습니다. 광주시민들 역시 관련 단체 분들과 똑같이 5‧18에 대해 해법을 찾아갈 자격이 있고 명분이 있습니다.
◇선은애> 이뿐 아니라, 릴레이 5분 발언에서는 5월 관련 기관과 광주시의 행정도 질타했습니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정다은> 사실 다른 국가폭력의 경우 행정이 접근하는 절차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와 명예회복, 기념사업입니다. 그러나 5‧18은 정치적 이유 때문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보다 피해회복과 기념사업이 먼저 시작됐습니다. 공식적으로 규명된 사실이 없으니, 피해회복과 기념사업은 항상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는 아물지 못했고, 작은 자극에도 상처가 벌어져 진물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또다시 사회를 향한 인정투쟁으로 이어졌고 그 장면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피로감은 높아져갔습니다. 5‧18에 관해 행정과 기관은 밑그림을 그리고 시스템을 만들어 대응하지 못했고 역사의 주인공인 5‧18 당사자를 그저 지원받는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세력화된 단체에 휘둘리며 아주 기본적인 행정절차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무력한 행정은 5‧18을 병들게 만들었습니다. 43주년을 맞아 성찰이 필요 한 것은 사람들뿐이 아니라 기관과 행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은애> 특히 이번에 청년 의원들이 기성 지역 정치권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그럼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다은> 사실 저희 세대가 5‧18을 처음 접한 장면은 초등학교 때 학교나 전시관에서 본 참혹한 피해자의 사진이었고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수능에 나오기 때문에 교과서에 적힌 내용을 외웠습니다. 이런 식의 부정적 전달방법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5‧18을 머리가 아닌 가슴과 정신에 품을 수 있었던 것은, 가까운 친척과 이웃이 전하는 5‧18의 다른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5‧18은 우리 5명의 의원에게 소중한 시대정신으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5‧18은 동시대를 살았던 시민들에게도 피곤한 5‧18, 30대에게는 짜증나는 5‧18. 10~20대에게는 부패한 5‧18이 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은 사라진 5‧18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그냥 둘 수는 없었습니다.
◇선은애> 5.18민주화운동 43주년이 곧 다가옵니다.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정다은> 5‧18을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선배 시민분들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또 5‧18을 야속하게 생각하는 후배 시민분들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해마다 5월이면 전국 각지에서 또 다른 나라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광주 망월동을 찾아옵니다. 1980년 열흘이라는 시간 동안 광주 시민들께서 직접 만들었던 세상,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되었던 5‧18은 그렇게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5‧18을 포기하기 말아주십시오, 분열된 5‧18에게 이번 오월은 굉장히 중요한 오월입니다. 다시 추앙받는 오월을 위해 다시 한 번 뜻을 모으고 마음을 모아 목소리를 내주십시오.
◇선은애> 네, 청년 정치인들의 목소리에 어떤 응답이 돌아올지 지켜보도록 하고요,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광주시의회 정다은 의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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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CBS 조성우 PD zop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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