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죽음’에 슬퍼하던 소년의 성장가요… 52년 뒤 백악관서 부활[주철환의 음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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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옆에서 노래를 불렀다.
음악동네에선 가창 능력이나 외교 손익보다 노래 자체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펼쳐본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이 시작될 때 지하철을 타면 4 정거장쯤 지나서야 이 노래가 끝난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여서 사이좋게 배우자 노래도 하자' 음악은 우리를 모이게 하고 우리를 만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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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옆에서 노래를 불렀다. 잘 불렀냐 못 불렀냐가 아니고 왜 불렀냐를 두고 정치권에선 옥신각신했다. 계획적이냐,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이냐를 두고도 한동안 말들이 오갔다. 무심코 한마디 얹었다간 너 누구 편인지 알겠다는 얘길 들을지도 모를 상황이다. 음악은 죄가 없다. 음악동네에선 가창 능력이나 외교 손익보다 노래 자체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펼쳐본다.
그날 대통령이 고른(부른) 노래는 ‘아메리칸 파이’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난 아직도 기억해’(A long long time ago I can still remember) 1971년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했으니 만약 노래에 나이가 있다면 배우 마동석, 개그맨 신동엽과 동갑인 셈이다. 50년도 더 된 노래가 ‘느닷없이’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울려 퍼졌으니 이 노래의 원곡자인 돈 매클레인도 감회가 남달랐을 거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이 시작될 때 지하철을 타면 4 정거장쯤 지나서야 이 노래가 끝난다. 무려 8분 30초가 넘는 대곡이기 때문이다. 가사에 신경 쓰지 않고 들으면 리듬에 몸을 맡길 수 있을 정도지만 중간에 죽음(die)이란 단어가 꽤 여러 번 나오는 점이 의아하다. 어느 날 작정하고 세어보니 무려 19차례다. 내가 죽는(I die) 게 13번, 음악이 죽은(Music died) 게 6번이다.
무슨 사연일까. 매클레인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유명한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지만 사실 그에겐 잊을 수 없는 잔인한 2월이 있었다. 1959년 2월에 일어난 비행기 추락 사고. 순회공연 도중 사고를 당한 음악인들(버디 홀리, 리치 밸런스, 빅 바퍼) 가운데 특히 로큰롤 가수 버디 홀리(1936∼1959)의 죽음이 소년 매클레인의 가슴에 깊은 상흔을 남긴 듯하다.
‘데미안’이 헤르만 헤세(1877∼1962)의 성장소설이라면 ‘아메리칸 파이’는 매클레인(1945년생)의 성장가요다. 많은 인물(제임스 딘, 마르크스, 레닌)이 노랫말에 실명으로 등장한다. 사고가 날 당시 매클레인은 신문을 배달하고 있었다. 1면에서 자신의 음악적 우상(버디 홀리)이 요절했다는 뉴스를 본 13세 소년의 심정이 어땠을까. 그에게 그날은 ‘음악이 죽은 날’(The day the music died)이었다. 얼마 전 매클레인이 백악관의 소동(?)을 보며 “이 노래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의 또 다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매클레인이 아직도 기억(still remember)한다고 한 건 ‘그 음악이 얼마나 날 미소 짓게 했는지’(How that music used to make me smile)다. 불현듯 잊고 산 동요 하나가 후다닥 지나간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김메리 선생(1904∼2005)이 만든 이 동요의 2절을 나는 기억한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여서 사이좋게 배우자 노래도 하자’ 음악은 우리를 모이게 하고 우리를 만나게 한다. 만약 음악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다면 그날이야말로 진짜로 ‘음악이 죽은 날’이 될 것이다.
작가·프로듀서·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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