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농협에 추월 허용 5위로… 임종룡號 출범부터 ‘삐걱’

정민하 기자 2023. 5. 1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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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1분기 NH농협금융그룹에 국내 금융그룹 4위 자리를 뺏기며 취임 첫 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비이자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영향으로,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가 유일하게 없는 우리금융의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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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실적 90% 견인…카드·캐피탈 부진
농협에 역전 당하고, 3위 하나와 격차 벌어져
임 회장, 증권사 인수 강조… “무리한 추진” 우려도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조선비즈DB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1분기 NH농협금융그룹에 국내 금융그룹 4위 자리를 뺏기며 취임 첫 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비이자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영향으로,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가 유일하게 없는 우리금융의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임 회장은 재차 증권·보험사 인수·합병(M&A)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공격적 행보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9113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전년보다 20% 늘어난 85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선전에도 우리금융은 KB·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 중 꼴등으로 밀려났다. 우리카드·우리금융캐피탈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들의 순이익이 같은 기간 각각 46.4%와 20% 감소하며 부진한 성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픽=정서희

이와 달리 농협금융은 94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2021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5위 자리를 벗어났다. 이는 전년보다 58.8% 증가한 수치로, 5대 금융그룹 중 가장 높은 순이익 상승률이다. 농업지원사업비 적용 전 순이익은 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은행 수익 의존도가 낮은데, 비은행 계열사 NH투자증권·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우리금융과 3, 4위를 다투던 하나금융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조1022억원을 거두며 격차를 벌렸다. 특히 하나금융의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9% 증가한 778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 중 최대치다. 외환매매익과 주요 관계사의 유가증권 등 트레이딩 실적이 늘며 매매평가익은 전년보다 136.4% 증가했고, 수수료이익은 4452억원으로 개선됐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조선비즈DB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강조해 왔던 임 회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임 회장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증권·보험을 인수해 그룹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실적의 90% 이상을 우리은행이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임 회장의 공격적인 모습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가장 시급한 증권사 인수의 경우 마땅한 매물이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금융 측은 여전히 중형급 이상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만약 무리하게 M&A를 추진할 경우, 가격 협상 단계부터 추후 시너지 효과 등에서 불리한 조건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인수 가능 후보로 꼽혀왔던 증권사는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나마 유안타증권이 매력적인 매물로 거론됐지만, 지난해부터 줄곧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다. 새로운 후보로 등장한 삼성증권도 “우리금융 측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라고 매입설을 일축했다.

조선DB

차순위로 고려하고 있는 보험사도 상황은 쉽지 않다.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KDB생명과 MG손해보험 등은 인수 시점부터 수천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역시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은행은 대출 성장률이 제한적이고, 카드·캐피탈사는 조달금리와 연체율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농협금융 회장 시절 당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사들였던 임 회장이 최근 주위의 만류에도 여러 차례나 증권사 인수 입장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면서 “비은행 계열사 M&A를 무리하게 진행해 그룹의 미래 성장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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