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다른 가정…'엄빠'가 된 고교 교사의 삶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크리스 맬컴 벨크는 원래는 여성이지만 조만간 아빠가 될 예정이다.
파트너인 애나가 임신했고, 그는 집에서 남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고교 교사이자 에세이스트인 벨크가 쓴 '논바이너리 마더'(원제: The Natural Mother of The Child)는 남성 역할을 하는 레즈비언이 임신하면서 겪게 되는 복잡한 마음을 그린 에세이다.
그러나 파트너가 임신한 것을 보고, 예상치 못한 감정이 샘솟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크리스 맬컴 벨크는 원래는 여성이지만 조만간 아빠가 될 예정이다. 파트너인 애나가 임신했고, 그는 집에서 남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벨크는 자신도 "아기와 (생물학적으로) 연결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힌다. 염원했던 성전환수술을 미루고, 테스토스테론 주사 맞기도 멈춘다. 그는 임신하기로 결심한다.
미국 고교 교사이자 에세이스트인 벨크가 쓴 '논바이너리 마더'(원제: The Natural Mother of The Child)는 남성 역할을 하는 레즈비언이 임신하면서 겪게 되는 복잡한 마음을 그린 에세이다. 모정과 성정체성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양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쁨과 걱정이 책에서 교차한다.
저자는 태어날 때 의학적·법적으로 여성 성별을 지정받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세월을 남성 정체성을 지닌 채 살았다. 스포츠에 재능을 보였고, 집안에선 장남으로서 인정받길 염원했다.
평생 남성이 되길 원했던 벨크는 대학에서 만난 애나와 가정을 꾸리며 '남성'으로서의 꿈을 이룬 듯했다. 그러나 파트너가 임신한 것을 보고, 예상치 못한 감정이 샘솟았다. 나와 닮은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 유전적으로 가까운 아이를 낳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 것이다. 그는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에 성공한다.
오랜 운동 덕택에 단단한 근육으로 무장했던 저자의 몸은 임신 후 점점 변해갔다. 에스트로젠 등 각종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며 배와 가슴이 나왔다. 거리에서 "남자가 임신한 모양이에요"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수치심을 느꼈다.
"나는 이 임신의 모든 것이 수치심으로 뒤범벅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 임신이라는 수치심."
아홉 달이 흐르고 샘슨이란 이름의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그 애의 잠든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내 얼굴을 닮아간다"는 사실에 저자는 기쁨을 느끼면서도 한편에서는 걱정도 커진다. 아이가 자신 때문에 상처받으며 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샘슨이 울면 나는 그 애가 영영 울음을 그치지 않을까 봐, 난데없이 우리가 울음을 그칠 줄 모르는 소년이 나오는 뒤틀린 동화 속에 살게 될까 봐 겁이 난다. 그게 내 잘못일까 봐 겁이 난다. 나는 그 애한테 무엇을 남긴 걸까?"
2년의 수유 후 그는 다시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기 시작한다. 남성의 삶으로 돌아간 것이다. 저자는 생물학적 엄마이자 사회적 아빠로서 삶을 살아간다.
"샘슨이 내 안에서 나의 일부로 만들어진 사람이고, 지금의 나 역시 여러 의미로 그 애로 이루어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동시에 "내가 삶을 더 좋아하게 된 건 삶에 내 아이들이 함께이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그 애가 내 안에 행복감을 남겨 두고 나와서인 걸까"라는 의문을 가진 채로.
책은 2021년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는 등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정상적인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책으로, 저자는 여러 생각할 거리를 페이지 곳곳에 흩어놓았다. 다만 내용이 가볍지 않은 데다가 시간 순서에 따라 흘러가는 익숙한 서사 방식이 아니어서 몰입하기까지는 진입 장벽이 있는 편이다.
오렌지디. 송섬별 옮김. 300쪽.
buff27@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삶] "애인이 내 머리털 모두 잘랐다…내가 남들 앞에서 잘 웃는다고" | 연합뉴스
- "타이슨 복귀전 6천만가구 시청"…시청자들 "버퍼링만 봤다" | 연합뉴스
- 2m 놀이기구서 떨어진 5살…"보육교사 3개월 정지 타당" | 연합뉴스
- "창문 다 깨!" 31년차 베테랑 구조팀장 판단이 52명 생명 구했다 | 연합뉴스
- 모르는 20대 여성 따라가 "성매매하자"…60대 실형 | 연합뉴스
- 中대학생 '교내 묻지마 칼부림'에 25명 사상…"실습공장서 착취" | 연합뉴스
- 평창휴게소 주차 차량서 화재…해·공군 부사관 일가족이 진화 | 연합뉴스
- 경찰, '동덕여대 건물 침입' 20대 남성 2명 입건 | 연합뉴스
- KAIST의 4족 보행로봇 '라이보' 세계 최초 마라톤 풀코스 완주 | 연합뉴스
- [샷!]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