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中에 블라디보스토크 항만 사용권 165년 만에 넘겼다…파격 선물

오랜 영토 분쟁 지역…우크라戰 계기로 밀착 행보

러시아의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 News1 김대벽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러시아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항만 사용권을 165년 만에 중국에게 넘겼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중국에게 일종의 '선물'을 제공하며 중국과의 협력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5일(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세관은 다음 달 1일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만을 중국 동북 지린성의 국내 무역 선적을 위한 국경 통과 항구로 승인했다.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번 조처는 중국 동북부의 산업 기반을 활성화하고, 해외 항구를 사용해 국내 무역 상품의 국경 간 운송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국가 전략 계획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항구가 없던 중국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이 항구에 대해 보다 편리한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이난 대학교 일대일로 연구소의 량 하이밍은 글로벌타임스에 "과거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에서 온 상품을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다롄으로 운송한 다음 상하이, 중국 남부 광저우 또는 기타 지역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에 배송 시간과 비용이 추가됐다"며 "향후 블라디보스토크를 이용한다면 육상 운송거리를 800㎞ 이상 단축할 수 있어 비용도 크게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처는 향후 중국 동북부에 더 많은 투자와 기업을 유치할 것"이라며 "이는 지역 경제의 도약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라디보스토크 항만 양도는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서명한' 2030년 중러 경제협력 중점 방향에 관한 공동성명'에 따른 것이다.

당시 두 정상은 "국경 지역 잠재력을 발굴해 중국 둥베이와 러시아 연해주 간 교류협력을 발전시킨다"고 발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마친 뒤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을 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블라디보스토크는 양국이 오랜 기간 영토 분쟁을 벌이던 지역으로, 이 지역을 둔 갈등으로 인해 양국 간 우호적인 협력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17세기 영토 확장에 있던 러시아 제국은 남하하던 중 1689년 중국과 최초의 영토 경계 조약인 네르친스크 조약을 맺었다. 네르친스크 조약에 따라 연해주 지역은 청나라에 귀속됐다.

그러나 청나라 내부의 부패, 외국의 침략 등으로 청나라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됐고, 러시아는 네르친스크 조약을 뒤집기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양국이 1858년 아이훈 조약과 1860년 베이징 조약 등을 체결하며 러시아는 연해주 지역의 영유권을 확보했다.

푸틴 대통령이 향후 영토 분쟁이 재차 불거질 것을 감안하면서까지 블라디보스토크 항만 사용권을 내준 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앞서 프랑스 RFI 라디오방송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영토 분쟁은 우호적 미래를 흐리게 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러시아 측에서는 일단 항만 사용권을 제공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중국 측의 협력을 얻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운송 분야에서의 협력이 중국과 러시아 간 견고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쿠이 중국-러시아 현대지역경제연구소 소장은 글로벌타임스에 "블라디보스토크 항만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항구 건설과 물류 분야에서 더 많은 협력을 할 수 있고, 중국 동북부의 경제 활력과 러시아의 극동 개발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영토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킹스칼리지런던의 마이클 딜런 연구원은 RFI에 "중국-러시아 우정은 대부분 보여주기식"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칼날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푸틴을 어느 정도까지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국 지도부 내에서 갈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RFI는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게 불리하게 흘러간다면 중국은 오래된 영토 주장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것으로 간주하는 광대한 영토를 잊지 않고 있음을 러시아에 알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