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를 잘 여행하는 방법! 먹고 걷고, 또 걷고 먹고~

김수진 2023. 5. 1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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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혜화역에 내렸다. 오랜만에 찾은 대학로. 오늘은 연극 관람이 목적이 아니다. 대학로 골목을 따라 먹고 걷고, 또 걷고 먹기 위해 떠났다. 공연장과 음식점, 카페 등이 불규칙하게 늘어선 대학로 골목에는 감성 섞인 공기가 흐른다. 정해진 동선은 없다. 기분 내키는 대로 흘러 다닌, 봄날의 대학로 탐방!

공연 외에도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 대학로

●빵 굽는 냄새에 홀려 도착해보니
온혜화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마로니에공원 뒤쪽 골목을 배회한다. 공연 시간이 임박했는지 어느 소극장 앞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간다. 오늘 여행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공연장을 쿨하게 지나 무작정 골목을 걷는다. 그러다 빵 굽는 냄새를 맡고야 말았다. 이 순간부터는 냄새의 근원지를 향해 작정하고 발걸음을 내딛는다.

고소한 냄새의 출처를 찾아냈다. 스콘 집이다. "최고급 재료만을 이용하여 따뜻한 위안이 담긴 스콘을 판매합니다." 문 앞에 붙은 문구부터 합격이다. 최고급 재료도, 따뜻한 위안도 분명 스콘 맛에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겠지. 기분 좋게 매장 안에 들어선다. 가게는 크지 않다. 커튼 하나를 사이로 빵 굽는 공간과 판매 공간이 나뉜다. 그래서일까. 매장에 머무는 내내 빵을 구운 후 밴 버터 잔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판매 공간에는 스콘이 가지런히 놓인 작은 진열대가 있다. 가장 기본인 플레인 스콘부터 인기 품목인 얼그레이 스콘, 더블초코칩 스콘이 보인다. 찾는 날에 따라 오레오 스콘, 쑥인절미 스콘, 바질 파마산 스콘, 로투스 스콘 등이 합류한다. 매일 나오는 스콘 종류가 조금씩 달라진다. 인스타그램에 주 단위로 라인업을 공지하니 방문 전 확인하자. 스콘은 하루 두 차례(낮 12시 30분, 오후 5시) 만들어 나오며,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다.

●뉴욕에서 만났던 그 카페
라콜롬브

스콘이 담긴 종이봉투를 손에 들고 골목 탐방을 이어간다. 몇 걸음 걸었을까. 'La COLOMBE(라콜롬브)'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뉴욕에서 갔던 그 라콜롬브가 맞나?' 간판 글자체를 보니 뉴욕의 그 라콜롬브가 맞다.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Bryant Park) 근처의 라콜롬브에서 마셨던 라테의 좋은 기억이 진하게 남아 있는 터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한국에, 그것도 대학로 뒷골목에 라콜롬브가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나만 몰랐던 거야?' 과감히 문을 열고 들어선다. 뉴욕의 매장과는 분위기가 다르면서도 어느 부분에서는 결을 같이하는 카페 내부를 구경하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라테를 주문해 한 모금 홀짝. 다행히도, 여전히 맛있다.

●크루아상 러버라면 필수 코스
솔트24

이제 좀 본격적으로 걸어보려는 찰나, 솔트24가 눈에 들어오고 말았다. 크루아상에 환장하는 1인으로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빵집이다.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크루아상 달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이미 입소문은 자자하다. 안국역 근처에 있는 매장도 유명하지만, 본점은 이곳이다.

크루아상 전문점답게 진열대에는 각종 크루아상이 고운 자태 뽐내며 늘어서 있다. 플레인 크루아상부터 딸기생크림, 블루베리생크림, 앙버터, 카야잼, 말차, 초코퐁듀 등 종류가 다채롭다. 크루아상 외 몇 가지 다른 빵도 판매한다. 매장 내 취식 공간이 따로 없고 포장만 가능하다.

●작은 것들을 위한 작은 공간
헤이스윗

걷기에 집중할 요량으로 낙산공원으로 향한다. 대학로와 낙산공원을 잇는 낙산길은 오래된 주택과 상점이 어우러져 서울의 옛 동네 느낌이 남아 있는 곳 중 하나다. 번화한 대학로의 대로에서 한 골목 안, 다시 한 골목 더 안으로 들어설 때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게 진정 대학로의 매력이다. 안으로 갈수록 분위기는 말랑해진다.

낙산길 주택가 1층에 들어선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구경하며 가는 길, 또다시 작은 디저트 가게를 발견한다. 손에 스콘과 크루아상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가게 문을 열고야 만다. '여긴 카눌레 전문이잖아.' 종목이 다르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매장 내부는 아주 아담하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카눌레, 피낭시에, 마들렌이 알차게 진열되어 있다. 공간이 작아서인지, 앙증맞은 디저트들을 더욱 집중해서 관찰하게 된다. 작은 것들을 위한 작은 공간, 이 조합이 꽤 괜찮다. 윤기 머금은 카눌레에 특히 눈길이 간다. 바닐라, 말차, 얼그레이, 초콜릿, 갈릭바게트 등 갖가지 카눌레가 옹기종기 모인 틈에서 꽃처럼 노란빛 머금은 단호박 카눌레 '픽!'

●대학로가 특별해지는 순간
낙산공원 & 이화마을

카눌레의 '겉바속쫀(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을 온전히 음미하기 위해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한 입 베문다. 카눌레는 두 입에 해치우고 드디어 낙산공원에 도착! 산책로를 따라 정상부로 오르는 길, 서울 도심이 시원하게 내다보인다. 언제나 느끼는 바이지만 약 120m 높이의 산치고는 전망이 참 훌륭하다.

낙산공원의 또 다른 매력은 한양도성길이 지난다는 점. 한양도성길 낙산 구간이 혜화문에서 낙산을 지나 흥인지문까지 약 2.1km 이어진다. 낙산공원을 찾으면 낙산 구간 일부를 걸어볼 수 있다. 성곽과 도심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전망이 함께한다.

낙산공원 산책로는 벽화마을로 유명한 이화마을로도 연결된다. 명성이 예전에 못 미친다고 해도 여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곳곳을 장식한 벽화와 영화 세트장 같은 동네 풍경, 순간순간 마주하는 도심 전망에 마음을 빼앗긴다.

글·사진 김수진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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