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구멍 메웠더니 “벌금 내라”…이탈리아서 무슨 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州)의 작은 마을 바를라시나에 사는 클라우디오 트렌타(72). 그는 횡단보도에 있던 포트홀(도로파임)을 직접 메웠다가 벌금을 물게 됐다./페이스북

이탈리아의 한 70대 노인이 포트홀(도로파임)을 직접 메웠다가 벌금을 물게 됐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15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이탈리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州)의 작은 마을 바를라시나에 사는 클라우디오 트렌타(72)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게 됐다.

트렌타는 지난달 26일 동네의 한 횡단보도에 있던 직경 30㎝ 크기의 포트홀을 직접 수리했다. 그는 자비로 아스팔트를 구입해 구멍을 메웠는데, 앞서 3개월 동안 지역 당국에 포트홀이 있으니 수리해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자신이 직접 나선 것이었다.

2주 뒤인 지난 10일 트렌타는 벌금 고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지역 당국은 그에게 도로 법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662유로(약 97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고지서를 받고 5일 이내에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882유로(약 129만원)를 내야 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또 지역 당국은 트렌타에게 도로를 원상복구할 것을 명령했다. 트렌타는 벌금을 내거나 복구 명령에 따를 생각이 없다면서 “그들이(지역 당국) 나를 바보라고 생각한다면 틀렸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나를 자극했다”며 “지역 당국을 근무태만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트홀 문제를 알고도 놔둔 사람들이 아니라, 왜 내게 벌금을 부과하는가”라며 “정말 부당하다. 이 벌금이 취소되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트렌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황당함을 토로했다. 해당 글은 온라인상에서 크게 화제가 됐고, 많은 이탈리아 시민들이 포트홀 때문에 불편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트렌타를 향해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한 시민은 “바를라시나 당국에 항의 이메일을 보냈다”며 “이탈리아 곳곳에 포트홀이 있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수준”이라고 댓글을 적었다. 또 다른 시민도 “오히려 지역 당국이 포트홀 보수에 든 비용을 트렌타에게 지불해야 한다”고 썼다. 비토리오 스가르비 문화부 차관도 “법에도 상식이 있다”며 “상식에 따라 지역 경찰은 이 신사에게 감사를 표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