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대청호환경미술축제 '물의 시간'전

유현주 미술평론가·한남대 연구교수 2023. 5. 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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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는 대청호환경미술축제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야외조각전시인 '물의 시간, 마흔세 개의 봄'을 대청호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했다.

대청호가 바라보이는 문의면 문화재단지와 호수의 수변에서 펼쳐지는 이 전시의 제목을 '물의 시간'으로 구상한 것은 올해 대청호의 나이를 떠올리면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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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주 미술평론가·한남대 연구교수

최근 필자는 대청호환경미술축제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야외조각전시인 '물의 시간, 마흔세 개의 봄'을 대청호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했다. 대청호가 바라보이는 문의면 문화재단지와 호수의 수변에서 펼쳐지는 이 전시의 제목을 '물의 시간'으로 구상한 것은 올해 대청호의 나이를 떠올리면서 나온 것이다. 43번째의 봄을 맞는 대청호는 국내 세 번째로 큰 담수호로 충북 청주시와 대전시에 식수 및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된 인공호수이다. 안타깝게도, 대청호라는 국가의 사업 때문에 그 자리에 살던 주민들은 고향을 등지고 이주해야 했고, 남은 유적들은 문의문화재단지로 옮겨졌다.

이 전시는 인간의 관점에서만 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호수가 형성되기 전 대자연으로서의 물의 시간과 인간의 수자원이 된 이후의 시간을 나누어 생각해봄으로써 자연의 입장에서 물의 관점을 가져보고자 한다.

지구는 인간의 신체와 마찬가지로 70퍼센트가 물이다. 이 행성의 모든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은 물이며, 실로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에 의해 물이 각 도시로 신속하게 공급되면서 오늘날의 문명이 진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점차 물은 댐과 수력발전소, 정수처리시설 등 사회적 기반 시설을 통해 수자원으로 소비되는 상품적 가치를 갖게 됐다. 즉 자연이 인간의 도구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물의 시간'은 대청호의 가치를 사회적 환경시스템으로서의 자원화된 물로서만 볼 것이 아니라, 좀 더 근원적으로 물과 인간의 관계에서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나아가 대청호의 수몰민들을 생각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생각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생태적 물의 시간에 대해 관람객들이 숙고하기를 바란다.

문의문화재단지에서 전시된 작업들 대부분은 자연재료를 사용한 작품들인데, 대나무로 엮어 '쉼과 호흡의 공간'을 만든 구조물, 물의 생명과 순환을 상징하는 볍씨를 담은 나무상자와 그릇 등으로 둥근 시계 모양으로 설치한 작업, 대청호의 곳곳에서 소리를 채집해 만든 사운드아트 및 물을 지키는 수호신의 형상이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선착장 수변에서는 작은 돌무덤으로 드로잉한 물결, 대청호에 존재하는 생명의 소리를 사운드아트로 변환한 것, 물을 인간의 집-고향으로 간주하고 보금자리인 지붕을 형상화해 오방색의 지붕을 호수에 띄운 작업 및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삼각의 꼭짓점으로 표현한 인체 조각을 만날 수 있다. 한편 전시 개막날 흥미로운 퍼포먼스가 있었다.

'볍씨에 담긴 물의 시간'이란 제목의 설치작업 앞에서 퍼포머가 시키는 대로 참석자들이 앞사람의 어깨에 한 손을 대고 뒤따르며 팔 동작을 따라 하면서 원형의 작품 주변을 둥글게 도는 것이었다. 일종의 공동 원무였는데, 볍씨를 마지막에 뿌리는 행위는 이 전시의 핵심을 잘 보여주었다. 작가에 의하면, 청주의 소로리에서 볍씨가 발굴됐고 물과 가장 가까운 농작물이 벼라는 사실에 착안해 볍씨를 소재로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물을 머금은 볍씨가 모가 되고 벼로 자라서 쌀이 되는 과정을 통해 물의 시간성을 나타내는 작업인 셈이다. 작가는 우리가 밥그릇에 쌀을 담아 영양분을 섭취할 때 그 속에 담긴 자연의 역사와 삶의 시간 그리고 생명의 순환성을 떠올리기를 바란다고 하였는데, 퍼포먼스의 마지막에 참석자 모두 함께 볍씨를 뿌리면서 인간과 물이 공생하는 존재임을 깨닫는 시간이 됐다. 아무쪼록 이 전시를 통해 인간과 자연에 대해 그리고 대청호에 담긴 '물의 시간'을 흠뻑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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