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여당 입김에 전기요금 ‘찔끔’ 인상…한전 급한 불 끌까?

기민도 2023. 5. 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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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5일 장고 끝에 올해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을 현행보다 5.3% '소폭' 인상했다.

1분기 동결됐던 가스요금도 1MJ당 1.04원 소폭 인상됐지만, 올해 인상 요인(MJ당 10.4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 상승이 소폭이라고는 하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다섯번 연속 인상이 이뤄지며 2021년 말과 비교하면 가정용 전기요금은 37%, 가스요금은 46% 오른 만큼, 서민들이 체감하는 냉방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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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전기·가스요금 5.3% ‘소폭’ 인상
서울의 한 아파트에 설치돼 있는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정부가 15일 장고 끝에 올해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을 현행보다 5.3% ‘소폭’ 인상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마지막 요금 조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이번 인상으로는 올해 1분기 한국전력공사의 적자와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해소 등 급한 불 끄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이 이날 소폭이나마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결정한 것은, 누적된 에너지 공기업의 대규모 적자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치솟았는데, 코로나19 등에 따른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이를 반영할 요금 인상 속도는 더디게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민 부담’을 이유로 한전과 가스공사의 자구안 마련 등을 압박하며 요금 결정의 마지노선(3월31일)을 45일이나 넘겼다. 그러는 사이, 한전의 적자는 44조7천억원 수준까지 불어났고, 가스공사의 누적 미수금(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 역시 11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2일 국민의힘의 요구에 따라 한전 정승일 사장이 사의를 표하며 25조7천억원, 가스공사는 15조4천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책을 내놨지만, 누적된 적자를 털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1킬로와트시(㎾h)당 51.6원, 가스공사 미수금 해소를 위해 메가줄(MJ)당 10.4원 인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한전 쪽에선 전기료가 1㎾h당 8원 오른다지만, 이 정도로는 올해 남은 기간 2조6천억원 적자를 해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적자인 6조2천억원보다 3조6천억원 적은 금액이다. 1분기 동결됐던 가스요금도 1MJ당 1.04원 소폭 인상됐지만, 올해 인상 요인(MJ당 10.4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미수금 쌓이는 속도를 둔화시키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호현 산업부 전력정책관은 이날 브리핑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일정 정도 영업수지 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기·가스요금 결정에서 드러났듯, 요금 결정에 여당의 입김이 커지면서 3분기 이후 요금 인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분기는 그나마 전기·가스의 연중 수요가 제일 낮은 시기인데다, 국제 에너지 가격도 안정적인 편이라 변수가 적었다. 하지만 당장 다음달 말이면 3분기(7~9월) 요금을 결정해야 하는데, 여름철 냉방 수요가 커지며 냉방비 급등을 우려하는 여론에 부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 상승이 소폭이라고는 하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다섯번 연속 인상이 이뤄지며 2021년 말과 비교하면 가정용 전기요금은 37%, 가스요금은 46% 오른 만큼, 서민들이 체감하는 냉방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4분기엔 난방비 이슈가 있고, 내년 1분기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추가적 요금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너지정책학)는 “올해 연말에 한전 재무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한전채 한도를 또 확대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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