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금융 BTS' 아직은 꿈이지만…가능성 확인한 K금융

서상혁 기자 2023. 5. 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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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의 4박 5일에 걸친 싱가포르·인도네시아 공동 투자 설명회가 지난 12일 자카르타 일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금융지주·보험·은행·증권사 등 국내 주요 금융회사가 해외에서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회사를 보는 눈길도 곱지 않다.

해외 투자자의 국내 금융회사 투자 역시 K 금융의 글로벌화를 가늠할 주요 척도라는 점에서, 이같은 인식은 매우 큰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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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혁 금융증권부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국내 금융회사의 4박 5일에 걸친 싱가포르·인도네시아 공동 투자 설명회가 지난 12일 자카르타 일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금융지주·보험·은행·증권사 등 국내 주요 금융회사가 해외에서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 규모에 걸맞게 현지의 호응도 뜨거웠다. 싱가포르에선 사전에 신청하지 않은 투자자들도 현장을 찾는가 하면, 인도네시아에선 중앙은행, 금융감독청 등 정부 관계자들이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켜 금융사의 현지 진출 계획을 경청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부총재 등 몇몇 정부 관계자는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환영의 말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국내 금융사는 글로벌 사업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하나금융은 글로벌 이익 비중을 장기적으로 40%까지 맞추겠다는 계획과 '소액 전략 투자'라는 차별화된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에 질세라 KB금융도 비은행·비이자·글로벌 이익 비중과 경비효율성을 4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당국 차원의 지원 사격을 약속하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국내에선 공룡 기업이겠지만, 해외에선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곤 아직 걸음마 수준인 금융권이다.

인도네시아 같은 개발 국가 경우 신용평가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은행들은 담보 대출 위주 영업에 머물고 있다. 그마저도 현지의 대형 은행이 꽉 잡고 있어 교민 중심으로 영업을 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대출 영업을 시작하려면 최소 5년은 더 필요하다는 게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은행들의 설명이다.

현지 사회와의 '융화' 역시 과제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감독당국의 입김이 강하다. 화교 사회 특유의 '꽌시'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점도 적응해야 할 부분이다. 인도나 중앙아시아 나아가 유럽이나 남아메리카같은 잠재 시장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될 리스크 요인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회사를 보는 눈길도 곱지 않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불투명한 배당 정책 탓에 아직 관의 입김이 작용하는 불투명한 시장이라는 인식이 크다. 해외 투자자의 국내 금융회사 투자 역시 K 금융의 글로벌화를 가늠할 주요 척도라는 점에서, 이같은 인식은 매우 큰 리스크다. 금감원장이 이례적으로 금융회사 해외 IR에 참석해 '감독 정책의 일관성'을 믿어달라고 호소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막을 올리고 내린 해외 IR이었지만, 기대와 다르게 당분간 글로벌 사업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다. 금융권이 내세운 '글로벌 이익 40%'은 아직은 꿈의 숫자다.

그럼에도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의 경제 구조상 앞으로 금융권은 내수시장을 통한 성장보다는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로벌 사업은 선택이 아닌 의무인 이유다. 특히 한국은 전세계가 인정하는 'IT 강국'이다. 코로나19로 더 앞당겨진 '디지털 금융' 부문에서 K금융의 기회가 그 어느 때 보다 커졌다.

세계를 향한 K금융의 도전에 대해 누군가는 당장 이익이 나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보며 헛물을 켜고 있다고 비난하겠지만, 공허한 비판일 뿐이다. 금융 BTS를 위한 '존버'가 필요한 때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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