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중국 내 탈북 여성 인권 유린’ 첫 제기
인신매매·강제 송환 등 문제제기
中 “난민이 아니라 불법 이민자” 반박
12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의 중국 심의에서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이 직면한 인권 유린 문제가 논의됐다. 위원회는 1979년 12월 채택된 여성차별철폐협약을 당사국이 이행하는지 감독하는 기구로 4년 마다 각 국가의 보고서를 심의한다. 중국 인권 심의에서 탈북 여성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대북인권단체의 공론화 시도가 주효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열린 제85차 CEDAW 회의에서 달리아 레이나르테 위원은 강제 북송(北送) 위기에 있는 탈북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중국인 아버지를 둔 탈북 여성의 자녀는 중국에서 태어나도 법적으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다”며 “중국인으로 등록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탈북 여성들과 그 자녀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중국의 법과 정책, 자녀를 중국에 두고 북한에 송환된 탈북 여성 통계 등을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탈북 여성들을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온 사람들”이라 표현하며 “난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탈북 여성들은 불법 활동에 연루된 경우 송환되지만 범죄 기록이 없거나 중국인과의 사이에 자녀가 있는 경우 혼인 신고를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관련 데이터나 통계는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중국은 1980년 협약을 비준했다.
유엔의 중국 인권 심의에서 탈북 여성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요안나 호사냑 부국장은 지난 8일 ‘심의 전 약식 공청회’에 참석해 “중국 내 탈북 여성의 인권 유린 문제가 30년 넘게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했다”며 “탈북 여성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아 인신매매에 더욱 취약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야기하며 이들 자녀의 인권마저 침해되고 있다”고 했다. 미 국무부도 3월 발표한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일부 북한 여성이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농업, 가사 노동, 식당, 노래방 등에서 강제 노동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1974년생인 호사냑 국장은 폴란드 출신으로 2004년 한국에 들어와 20년 가까이 북한인권 운동에 힘썼다. 바르샤바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했고, 폴란드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4년간 일한 경력도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주로 국제 협력을 담당하면서 2021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국군포로와 후손의 인권 침해 문제가 최초로 적시되는 데 기여했다. 그는 “인권이 독재를 허무는 결정적 수단”이라고 말한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을 폴란드에서 온 외국인 여성이 앞장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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