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시카고 시장 취임…노조 조직가서 美 3대 도시 수장으로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3대 도시 시카고가 15일(현지시간) 새 수장을 맞았다.
지난달 4일 열린 시카고 시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다수의 예상을 깨고 극적으로 승리한 급진 성향의 신예 정치인 브랜든 존슨(47·민주)은 이날 시카고 일리노이대학(UIC)의 '크레딧 유니언 원 아레나'(Credit Union 1 Arena)에서 제57대 시장 취임식을 갖고 새 정부 출범을 알렸다.
취임식에는 로리 라이트풋 전 시장과 시카고 시의원 50명 전원, 그리고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를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했다고 시카고 ABC방송은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현 주일미대사)은 도쿄에서 화상으로 축하와 격려의 인사를 건넸다.
존슨은 취임사에서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써나가겠다. 탄탄한 사회기반과 다양한 경제체제를 갖추고 유구한 유산을 간직한 시카고를 다시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라이트풋 시장이 시카고를 '불법체류자 보호도시'(Sanctuary city)로 강조하며 중남미 출신 불법 입국자들을 적극 수용하다 결국 도시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과 관련 "피난처를 찾는 이들에게 안전한 항구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시카고 교외도시 엘진에서 목회자 가정의 10남매 중 가운데 자녀로 태어나 자란 존슨은 시카고 교육청(CPS) 소속 교사를 거쳐 시카고 교사노조(CTU) 조직가·로비스트(2011~2018)로 활동하다 2018년 시카고를 포함하는 광역자치구 쿡 카운티 위원으로 선출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존슨은 시장 선거 유세 기간 '시카고 역사상 가장 진보적이고 변혁적인 시장'이 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인종 정의'와 '부유층·기업 증세'를 주요 공약으로 앞세웠다.
시카고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 파생상품시장 'CME그룹'의 테런스 더피 회장 등은 존슨의 추가 증세 계획에 대해 벌써부터 반감을 표하며 본사 이전도 불사할 방침임을 밝혔다고 경제전문매체 시카고 비즈니스는 보도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존슨이 결선투표에서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은 백인 베테랑 정치인 폴 발라스(69·민주) 전 시카고 교육청장을 단 2만6천 표 차이로 꺾고 승리한 점을 상기하며 시카고는 현재 인종적·정치경제적으로 양극화돼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존슨은 인종과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시카고 실태를 '두 도시 이야기'로 일컬어 비난하며 노동자 계층 향상을 사명으로 내세웠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과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흑인 소요 사태 이후 도시 전반에 불안과 불만이 확산한 상태에서 정권을 인수하게 됐다면서 '사회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아울러 치안책을 마련하고 수그러들 줄 모르는 총기사고·폭력범죄 해결 방안을 찾는 것도 급선무다.
트리뷴은 진보적 노조와 좌파들이 존슨의 승리를 이끈 것으로 분석하면서 2015년과 2019년 시카고 시장 선거에서도 노조 운동가 출신 후보가 결선투표까지 올랐으나 당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2015년에는 헤이수스 추이 가르시아 연방하원의원이 이매뉴얼 당시 시장과 맞붙었고 2019년에는 토니 프렉윈클 쿡 카운티 의장이 라이트풋과 맞대결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18세~24세 청년층 투표율이 이전 선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며 급증한 것도 존슨 당선의 요인이 됐다.
한편 존슨은 취임 선서에 앞서 이날 오전 9시 도시 서부의 미셸 클라크 마그넷 고등학교를 방문, 시장으로서의 첫 일정을 시작했다.
취임식 이후에는 도심 소재 시청사 '데일리 플라자'에서 시장실 개방 행사를 갖고 주민들과 만났다.
존슨은 부인 스테이시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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