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강행처리'→'거부권'…'극한대치' 정치에 '싸움판'된 의료계

민동훈 기자 2023. 5. 16. 06: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5.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야당이 국회에서 일방 처리한 간호법 제정안(이하 간호법)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또 한 번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총선을 약 1년 앞두고 정치권이 타협과 조정이란 본래 역할을 상실하면서 국민의 목숨을 책임지는 보건의료계가 직역간 밥그릇 싸움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간호법은 현재 일원화된 의료 단일 체제를 무너뜨리고 보건 의료인들 사이에 신뢰와 협업을 저해하므로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며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과 정부가 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를 건의하기로 했다"며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께 내일 국무회의에서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전날 고위당정 협의회를 열고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부와 여당은 현행 의료 체계에서 간호만을 분리할 경우 의료현장에서 직역 간 신뢰와 협업이 깨져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간호사 단체를 제외한 13개 보건의료 단체가 거세게 반발하는 법안을 제대로 된 토론 없이 본회의에 직회부한 뒤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만으로도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이 국민의힘 입장이다. 당정이 거부권 요청을 공식화함에 따라 1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결정할 전망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같은 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는 입법부를 무시하는 것이자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며 "내일 국무회의에서 정상대로 공포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어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겁고 신중해야 한다"며 "거부권을 남발하게 되면 거부권의 무게가 너무 가벼워진다"고도 했다.

여야는 서로를 향해 "분열정치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의료계를 갈라치기해 간호사 46만 명의 표심을 얻겠다는 정치적 셈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의료 직역들 간에 대립과 갈등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특정 의료 직역을 일방적으로 편 들어 대립과 갈등 더욱 심화시켰다"며 "극단적 갈등의 책임을 정부여당에 지우는 한편 내년 총선 표 계산에만 급급한 민주당의 당리당략"이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믿는 구석이 있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의사(13만2000여 명), 간무사(72만5000여 명), 치과 의사(3만3000여 명)와 임상병리사(6만5000여 명), 방사선사(5만여 명) 등 보건 의료 단체 13곳에 소속된 회원만 100만여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50만대 100만의 구도인 셈이다.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이를 지지하는 세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되려 국민의힘이 보건의료 직역간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간호법 제정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며 "간호사들의 진심을 왜곡하고 국민을 네 편과 내 편으로 나누는 분열정치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국민과의 약속'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기모순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라며 "국회의 논의결과를 무시하고 내 뜻에 맞는 법만 수용하겠다는 독선을 재차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편가르기 정치에 정작 피해는 보건 의료 종사자뿐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이 보게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당장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거부권)를 행사하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이날 밝혔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의사·간호조무사 등 13개 의료단체들도 이달 17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16개 시도 의사회로 구성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조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의료 공백은 있을 수가 없다"며 "정부는 관련 법령과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라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