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폭탄', 아직 다 안 터졌다… "올 가을 위험 최고조"

김노향 기자 2023. 5. 1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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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잘못된 법·제도 '전세사기' 재앙 키웠다] (3) 금리 인상 직전 전세 폭등

[편집자주]수십 년 간 서민·중산층에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제도'의 근간이 사라질 위기다. 사실상 무이자 사금융 시장인 전세는 사인 간의 신뢰가 기본이지만 확정일자와 등기부등본 등 국가가 보증한 여러 안전장치가 작동해왔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부동산 자산 증가로 전세가 '레버리지(차입) 투자'에 이용되면서 전 재산과 다름없는 보증금 피해가 양산되고 고의적인 사기 수법으로까지 이용하는 상황이다. 제도의 허점을 노리거나 심지어 위조를 해 세입자를 속이는 신종 전세사기 유형이 다양화하고 있지만 2020년 기준 전세 가구 수는 325만가구로 여전히 전체 가구 수의 15.5%에 달한다.

부동산 가격이 최고점을 찍으며 갭투자가 집중된 2021년 말 거래가 이뤄진 전세계약의 만기가 올 연말 도래함에 따라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이강준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확정일자·등기부등본… '국가 보증 문서' 믿을 수 없는 세상 됐다
(2) 집주인이 몰래 세입자 주소 이전시킨 후 벌인 일
(3) '전세사기 폭탄', 아직 다 안 터졌다… "올 가을 위험 최고조"
(4) [Tip] "공제증서 100% 신뢰 안 돼, 신탁원부 확인"
부동산 호황기에 불던 '갭투자'(주택 매매가와 전세금 차액만 투자) 열풍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부동산 가격이 최고점을 찍으며 갭투자가 집중된 2021년 말 거래가 이뤄진 전세계약의 만기가 올 연말 도래함에 따라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2021년 하반기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한 시점으로 이전까지 전셋값이 폭등했다. 통상 2년 만기인 전세계약의 특성을 고려할 때 올 하반기 전후로 추가 피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2년 전 빌라 전세보증금, 한 달 새 수천만원씩 폭등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연립·다세대주택(빌라)의 전셋값 폭등이 절정에 달한 것은 2021년 7월로 조사됐다. 전국 빌라 평균 전세가는 2021년 6월 1억1941만6000원에서 2021년 7월 1억3791만8000원으로 한 달 만에 1850만2000원 올랐다. 수도권 빌라 평균 전세가도 같은 기간 1억4057만2000원에서 1억7843만9000원으로 3786만7000원 뛰었다.

서울 주요 아파트의 전셋값도 당시에 최고가를 형성했다. 전용 84㎡ 기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2021년 10월 11억7000만원, 강남구 '은마아파트' 2021년 11월 12억2000만원, 송파구 '헬리오시티' 2022년 3월 15억8000만원 등으로 최고가에 계약이 이뤄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3.1% 급등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서울의 경우엔 2022년 1분기 전세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 이때 신규 계약자들은 내년 1분기에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고 역전세 위험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래픽=이강준 디자인 기자


전셋값 폭등에 갭투자도 폭증


문제는 전셋값이 폭등한 시기에 갭투자도 기승을 부렸다는 점이다. 이는 국토교통부 통계에서도 증명된다.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김포을)에게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값의 70% 이상을 보증금으로 충당한 임대차계약 건수는 2020년 2만6319건에서 2021년 7만3347건으로 1년 만에 2.8배 불어났다. 자기 자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무자본·마이너스 갭투자도 2020년 1847건에서 2021년 6986건으로 3.8배 증가했다.

부동산원이 최근 1년간(2022년 3월~2023년 3월)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빌라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은 81.8%로 집계됐다. 수도권(82.6%)이 지방(76.2%)보다 높았다. 서울도 79.3%로 80%에 육박했다. 인천이 88.5%로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강원 동해시(112.4%) 인천 옹진군(111.6%) 등은 전세가율이 110%대에 달해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도 73.3%로 빌라보다 8.5%포인트 낮은 데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보증금 미반환 사태는 빠르면 올 여름에서 가을 사이, 늦어도 내년 초에 절정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전셋값이 최고가를 이루던 시점에 세입자를 들인 임대인이 만약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했다면 통상 임대차 계약기간인 2년이 지나 올 하반기부터 만기를 맞게 된다. 집을 매각해도 당시 전세금보다 낮은 금액에 팔릴 수 있어 보증금 사고의 리스크(위험)가 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빌라 매입보다 아파트 전세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빌라는 매매보다 임차 수요가 훨씬 커 전세가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올해 전세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2019년 전세사기가 급증했고 2020년 임대차 3법, 2021년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됨에 따라 전세난이 심화됐다"며 "당시의 계약들이 2년·4년 만기로 돌아오는 상황으로 올해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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