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몰래 세입자 주소 이전시킨 후 벌인 일

신유진 기자 2023. 5. 1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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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서민·중산층에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제도'의 근간이 사라질 위기다.

사실상 무이자 사금융 시장인 전세는 사인 간의 신뢰가 기본이지만 확정일자와 등기부등본 등 국가가 보증한 여러 안전장치가 작동해왔다.

최광석 로티스 변호사는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위험 요소를 살펴보고 전세권 설정 등도 검토할 수 있다"며 "정부가 전세를 줄이고 월세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세입자들은 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필요에 따라 법률 자문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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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잘못된 법·제도 '전세사기' 재앙 키웠다] (2) 신출귀몰 전세사기 수법… 바뀐 주인 알고 보니 '노숙인'

[편집자주]수십 년간 서민·중산층에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제도'의 근간이 사라질 위기다. 사실상 무이자 사금융 시장인 전세는 사인 간의 신뢰가 기본이지만 확정일자와 등기부등본 등 국가가 보증한 여러 안전장치가 작동해왔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부동산 자산 증가로 전세가 '레버리지(차입) 투자'에 이용되면서 전 재산과 다름없는 보증금 피해가 양산되고 고의적인 사기 수법으로까지 이용하는 상황이다. 제도의 허점을 노리거나 심지어 위조해 세입자를 속이는 신종 전세사기 유형이 다양화하고 있지만 2020년 기준 전세 가구 수는 325만가구로 여전히 전체 가구 수의 15.5%에 달한다.

지난달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정부여당의 전세사기 특별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무릎을 꿇고 피해 구제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확정일자·등기부등본… '국가 보증 문서' 믿을 수 없는 세상 됐다
(2) 집주인이 몰래 세입자 주소 이전시킨 후 벌인 일
(3) '전세사기 폭탄', 아직 다 안 터졌다… "올 가을 위험 최고조"
(4) [Tip] "공제증서 100% 신뢰 안 돼, 신탁원부 확인"

국가 재앙 사태로 커진 '전세사기'. 지난해 여름 수도권 일대 빌라 500여채를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해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세 모녀 사건'을 시작으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사기꾼'(속칭 '빌라왕'),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건축사기꾼'(속칭 '건축왕')까지 전세 피해가 수면 위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 알려진 신종 전세사기 유형과 주의사항을 알아봤다.

#1. '세입자 허위 전출신고'는 신종 전세사기 유형 중 하나다. 세입자 B씨는 집주인 A씨와 전세 계약을 체결한 후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얼마 후 집주인 A씨는 세입자(B씨) 몰래 그를 본인 집에서 전출한 것처럼 신고했고 같은 지역 내 또 다른 임대인이자 공모자인 C씨의 집에 전입신고를 했다. 전입신고 때 동거인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그런 후 A씨는 자신의 집을 이용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았다. A씨 집에서 선순위였던 세입자 B씨는 자신도 모르는 C씨와 동거인이 됐고 A씨의 집은 주담대를 해준 은행이 선순위가 됐다. 세입자 B씨는 한마디로 대항력을 잃게 된 셈이다.

#2. '바지사장'을 내세운 전세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입자 D씨는 전세계약 전 등기부등본에 특이사항이 없고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매물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후에 집주인이 바뀌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바뀐 집주인은 고작 10만원을 받고 본인의 명의만 빌려준 바지사장이었고 게다가 노숙인이었다. 최초 계약한 집주인은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매매가격이 계속 떨어졌고 급기야 전세 보증금 밑으로 집값이 빠지자 이 같은 일을 꾀했다. 집주인은 매매가보다 높은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목적으로 바지사장을 앉힌 것이다. 결국 세입자 D씨는 임대차계약이 만기 됐음에도 전세 보증금을 온전하게 돌려받지 못한 채 소송 여부를 고민 중이다.


등기부등본 수시 확인·임차권등기명령 검토


법률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수법이 다양화되면서 세입자들이 확인해야 할 것이 더 많아졌다며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특히 '등기부등본' 확인 방법을 강조했다. 송혜미 법률사무소 오페스 대표변호사는 "만약 세입자가 등기 확인을 하지 않았다면 본인 과실로 인정된다"며 "전세 매물을 직접 확인해야 하고 등기 주소와 일치하는지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등기부등본상 101호임에도 정작 세입자가 거주하는 곳은 102호인 경우가 있다.

이사 당일 임대인이 저당권을 설정할 경우 세입자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전세제도의 한계점도 지적됐다. 최광석 로티스 변호사는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위험 요소를 살펴보고 전세권 설정 등도 검토할 수 있다"며 "정부가 전세를 줄이고 월세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세입자들은 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필요에 따라 법률 자문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의 건물에 여러 세대가 살지만 구분등기가 불가한 다가구주택의 경우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은 것만으론 안심할 수 없다. 선종문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는 "다가구주택이 경매 처분된다면 여러 세입자 중 전입신고 일자가 저당권보다 앞서야만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며 "만약 세입자가 후순위일 수밖에 없는 다가구주택이라면 자칫 보증금 확보가 안 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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