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무-ⅡC 전수조사 "이상無"… 낙탄 원인 '센서 오류'는 규명 못해
내달까지 '비행안전종료시스템' 등 개발… 9월 비행시험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군 당국이 작년 10월 강원도 강릉 소재 공군기지에서 발생한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ⅡC' 낙탄(落彈) 사고에 따라 현재 보유 중인 동종 미사일을 전수 조사한 결과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군 당국은 낙탄 사고 당시 그 원인으로 지목했던 '자이로스코프(미사일의 평형 상태를 측정하는 기구) 센서 오류'와 관련해선 그 실체를 구체적으로 규명하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이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군 당국은 현무 낙탄 사고 뒤 육군본부와 육군탄약지원사령부, 국방과학연구소(ADD), 그리고 현무-ⅡC 생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등 5개 기관 총 24명으로 합동 조사팀을 꾸려 작년 12월19일부터 올해 3월30일까지 사고 원인 규명 및 동종 미사일을 안전성 점검을 위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전문기관 환경·전자파 시험(조사기간 12주)과 △분해 검사(4주) △시험 장치에 의한 점검(11주) 등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됐고, 1단계 조사는 ADD·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등 국내 전문시험 인증기관 5곳이 현무-ⅡC 미사일 1발을 완전히 분해한 뒤 자이로센서 등 주요 구성품을 저온·고온, 진동, 충격 등 극한의 운용환경과 전자파에 노출시킨 채 성능을 시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어 2단계 조사에선 낙탄 사고를 일으킨 미사일과 같은 제조단위(로트)의 현무-ⅡC 미사일 4발을 분해한 뒤 미사일 발사 후 각도·속도·위치 등을 제어하는 관성항법장치와 관성항법장치에서 측정한 데이터로 구동부를 작동시키는 유도조종장치 등의 회로카드, 센서, 항법결과 등을 점검했다.
3단계 조사에선 군이 보유한 현무-ⅡC 전량에 대해 정밀 측정 장치로 항법성능과 폭발계통, 구동장치, 체계통합 등과 관련된 세부 성능을 점검했다고 한다.
그 결과, 우리 군이 현재 보유 중인 현무-ⅡC 미사일은 모두 전체 조사항목에서 '정상'이란 평가를 받았다.
조사팀은 또 "전수조사 결과, 작년 말 비행 재현 시뮬레이션 분석 등을 통해 추정했던 사고 원인(자이로센서 오류)을 변경할 만한 특이사항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 군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따른 대응의 일환으로 작년 10월4일 오후 늦게 강릉 소재 공군 A비행단에서 현무-ⅡC 미사일을 동해상을 향해 발사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은 발사 직후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약 1㎞ 떨어진 부대 내 골프장 및 유류 저장고 인근에 떨어졌다.
이때 미사일에 실려 있던 고체연료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화염과 섬광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밤새 불안에 떠는 등 소동이 벌어졌지만, 군 당국은 당시 미사일 발사 훈련 자체에 대해 '엠바고'(보도 유예)를 요청해놓은 상태여서 낙탄 사고 발생 소식을 뒤늦게 이튿날 날이 밝은 뒤에야 접할 수 있었다.
조사팀은 당시 현무-ⅡC 미사일이 비정상 비행한 데 대해 "여러 실험을 해봤지만 자이로센서 이상 외엔 설명이 안 된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3만회 이상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미사일 구동장치나 노즐이 고장 났을 땐 당시 사고와 같은 비정상 비행 궤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반면 자이로센서가 오류를 일으킨 경우엔 미사일이 사고 당시처럼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사팀은 "자이로 센서에 어떤 이유로 오류가 생긴 건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고를 일으킨 미사일이 전소되는 바람에 조사팀이 자이로센서 오류 원인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미사일 잔해와 계측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오류를 일으킨 센서 부품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100여일간 전수조사에도 불구하고 '3축 체계' 핵심인 현무 미사일의 낙탄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이번 현무 건과 같은 미사일 낙탄 사고를 예방하고 보다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내달까지 업체를 통해 비행안전종료시스템과 원격측정장치를 만들고, 이어 올 9월까지 현무-ⅡC 미사일에 실제로 장착해 비행시험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비행안전종료시스템'은 미사일이 발사 후 비정상 비행할 경우 비행을 강제 종료하고 탄두와 추진 기관을 분리하도록 하는 장치다. 또 '원격측정장치'는 미사일이 비정상 비행할 때 그 원인을 신속히 분석할 수 있도록 비행 데이터를 계측해 발사장에 송신하는 기능을 한다.
군 당국은 또 향후 현무-ⅡC 미사일을 이용한 훈련 및 대응사격 정도 등을 고려해 이들 장치를 얼마나 장착할지, 다른 미사일에도 적용할지 여부도 함께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국민 안전 확보와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라도 미사일의 비행안전종료시스템, 원격측정장치 등의 신속한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 또한 "향후 비행안전종료시스템 장착, 비행시험 등 필요한 조치를 수행해 미사일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제고시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은 현무 낙탄 사고 이후 "우발상황 발생시 현장상황 및 피해 여부 등을 최단시간 내에 평가한 뒤 필요시 이를 국민에게 신속히 전파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내부 지침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위사업청에선 현무-ⅡC 관련 정보보호체계에 최신 보안 패치를 적용했으며 "올 3월 실시한 기술보호체계 실태조사 점검을 6월과 12월에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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