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로마스·매드포갈릭 창업한 남수정의 썬앳푸드...28년 만에 패밀리 레스토랑 재도전
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토니로마스를 운영했던 썬앳푸드가 28년 만에 새 패밀리 레스토랑을 선보인다.
1995년 썬앳푸드를 만들어 토니로마스를 필두로 매드포갈릭, 모던샤브하우스 등을 선보인 바 있는 ‘맛 내비게이터’ 남수정 썬앳푸드 대표가 다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는 의지를 수년 간에 걸쳐 피력한 데 따른 결정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썬앳푸드는 오는 8월 패밀리 레스토랑 ‘캐롤스(가칭)’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몰 3층에 개장한다. 캐롤스는 패밀리 레스토랑답게 치킨 샐러드나 바베큐 립 등 전통 메뉴를 준비하고 최근 트렌드에 맞춘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도 구비할 예정이다.
캐롤스는 남수정 대표가 1995년 토니로마스 이후 28년 만에 패밀리 레스토랑으로서 재차 출사표를 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남 대표는 1993년 보스턴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한국에 들여올 외식 브랜드를 직접 시장조사하고 토니로마스를 한국에 들여온 장본인이다.
남 대표는 미국 댈러스에서 여러 외식업체를 돌면서 시장 조사를 하다가 우리나라 갈비와 유사하고 강한 양념이 베어있던 토니로마스를 한국에 들여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남 대표의 판단은 주효했다. 토니로마스는 압구정 1호점을 필두로 주요 수도권에 5곳의 매장을 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 이후로도 썬앳푸드는 승승장구했다.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매드포갈릭은 남 대표의 대표작 중 하나다. 남 대표는 매드포갈릭을 한국 외식업계 최초로 외국에 국가 판권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최근 내놓은 모던샤브하우스나 모던눌랑도 모두 썬앳푸드 작품이다.
매드포갈릭이나 모던샤브하우스 등 독자 브랜드를 만들고 자리잡게 하는 과정에서 남 대표는 꼭 외국 브랜드에 로열티를 주면서 들여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확고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로마스는 판권을 따온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이지만 이번엔 썬앳푸드가 어느 외국 브랜드에 기대지 않고 패밀리 레스토랑을 만드는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남 대표는 이번 패밀리 레스토랑을 준비하면서 본인의 영문 이름(캐롤라인)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패밀리 레스토랑을 열기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만은 않았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1990년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기를 끌었는데, 그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평이 그간 대세였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시대가 지났다는 등 회사 반대 목소리가 있어서 그간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이 정말 하고 싶어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투모로우타이거 1호점(1985년), 코코스(1988년), TGIF(1992), 판다로사(1993), LA팜스(1994년) 등 외국 브랜드와 씨즐러,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플래닛헐리우드(이상 1995년), 까르네스테이션, 마르쉐(이상 1996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빕스(이상 1997년)가 시장에서 경쟁했던 시대가 있었다.
이 중 남아있는 곳은 BHC그룹의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이하 아웃백)’와 CJ푸드빌의 빕스, 이랜드이츠의 애슐리 정도다. 썬앳푸드의 토니로마스도 2014년 광화문점 폐점을 끝으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F&B업계 한 관계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받았던 시기를 거치면서 1차로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 일부가 정리됐고, 이후로 명맥을 유지했던 패밀리 레스토랑들도 소비 침체, 소비자 기호 변화 등으로 순차로 문을 닫았다”고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현재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이 1강(强·아웃백) 2중(中·빕스, 애슐리)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썬앳푸드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랜만에 패밀리 레스토랑에 신규 사업자가 진입한다고 봐도 좋은 데다가 썬앳푸드를 이끄는 남수정 대표는 1995년 토니로마스로 시작해 여러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킨 성공 노하우를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매물로 나온 매드포갈릭이 인수합병 시장에서 1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에서 매각되면 썬앳푸드로 일부 자금이 들어오는 만큼 새 패밀리 레스토랑에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은 최근 삼정KPMG를 엠에프지(MFG)코리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드포갈릭 매각에 나섰다. 현재 기준 어펄마캐피탈은 엠에프지캐피탈 지분 89.3%, 썬앳푸드는 10.7%를 가지고 있다. 만약 1000억원에 매각된다면 썬앳푸드 몫은 100억원 수준이다.
남 대표는 “조금 덜 세련됐더라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조부모와 부모, 손자손녀 등 3대가 와서 시끌벅적 먹을 수 있는 그런 레스토랑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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