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그룹 3사, 횡령 규모 줄여 거래 재개… 확인 못한 ‘거래소’

이인아 기자 2023. 5.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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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 계열사 이화전기, 이트론, 이아이디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가 회사 측 조회공시 내용을 토대로 거래 재개한 뒤 당일 곧바로 재정지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0일 한국거래소는 이화전기, 아이이디, 이트론 등 이화그룹 계열사에 전·현직 임원이 횡령·배임 혐의로 조사받는 게 있냐는 내용으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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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전·현직 임원 대상 수백억원 규모 횡령·배임 혐의 적용
이화그룹 “횡령 금액 8억원 추정” 공시 후 거래소는 거래재개 결정
횡령 규모 더 크다 지적 나오자 뒤늦게 재정지...1조원 산 개미 ‘발동동’

한국거래소가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 계열사 이화전기, 이트론, 이아이디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가 회사 측 조회공시 내용을 토대로 거래 재개한 뒤 당일 곧바로 재정지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회사 측이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 규모를 대폭 줄여 공시하자 절차상 문제없다고 판단한 거래소가 거래 정지를 풀어준 탓이다. 뒤늦게 수백억원의 횡령 규모를 확인한 거래소는 다시 주식거래를 정지시켰다.

거래가 재개됐던 12일 하루 동안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들은 하루 만에 발이 묶이며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이들은 “한국거래소가 다시 거래를 풀어주길래 악재(횡령 배임 혐의)가 해소된 줄 알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화그룹 김영준 회장(왼쪽)과 김성규 총괄사장/뉴스1 제공

지난 10일 한국거래소는 이화전기, 아이이디, 이트론 등 이화그룹 계열사에 전·현직 임원이 횡령·배임 혐의로 조사받는 게 있냐는 내용으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앞서 8일 검찰이 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받는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 김성규 총괄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서다.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살펴보면, 김 회장 등은 ▲2012년부터 비자금 114억원을 조성하고 ▲2015~2017년 허위 공시 등으로 부당이득 124억원을 취득했으며 ▲회사에 187억원을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12억원 상당의 증여세,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와 ▲173억원 상당의 자금을 불법으로 해외로 반출한 내용도 있다.

경영진이 수백억원을 빼돌렸다는 내용이 불거지면서 세 회사의 주식 거래는 11일 멈췄다. 회사 측에서 경영진의 횡령·배임 규모를 파악해 답변 공시할 때까지 거래소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식 거래를 정지시킨다.

검찰이 수백억원의 비자금 조성을 문제 삼은 것과 달리, 이화그룹 측은 경영진의 횡령 금액이 8억3000만원 정도라고 줄여 답변했다. 현행 규정상 횡령 금액이 자기자본 대비 일정 수준 이하이면 실질 심사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다시 거래가 재개된다.

거래소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세 회사의 주식 거래를 재개했고, 12일 세 기업의 주가는 급등했다. 이트론은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아이디, 이화전기는 각각 20.52%, 16.75% 급등했다. 거래 재개는 이화그룹 계열사에 대한 악재 해소로 반영됐고, 이날 개미는 이아이디, 이화전기 주식을 1조원 넘게 사들였다.

문제는 12일 오후 2시 22분, 세 회사의 주식거래가 다시 멈췄다는 점이다. 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거래가 정지됐다. 검찰이 기소한 내용과 회사 측에서 파악한 횡령·배임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나자 거래소가 재차 조회공시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거래소가 횡령·배임 규모만 확인하는 절차상 허점으로 인해 개인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화그룹 경영진에 대한 수백억원의 비자금 조성 혐의가 여러 차례 보도됐지만, 회사 측이 공시한 내용만으로 거래 재개를 결정해서다.

거래소 측은 “공시는 기본적으로 회사 측에서 내는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거래소는 증빙서류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공시하곤 한다”며 “회사 측에서 경영진 횡령 규모를 8억원으로 냈고, 해당 자료에 문제가 없어 이대로 공시가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 기관에서 추가 횡령 금액을 제보해 다시 조회 공시를 하게 됐으며, 현재 회사 측에서 어떤 답변을 보낼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이화그룹이 고의로 횡령 규모를 축소해 공시했다면, 제재 여부를 따질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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