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주문한 모기약, 30분 뒤 문앞에… 24시간 달리는 中 배달 라이더
메이퇀, 편의점·마트 협업해 24시간 배달 ‘승부수’
韓 배달 시장은 침체… 높은 배달비에 소비자 부담
지난 13일 새벽 1시 10분, 중국 베이징의 한 아파트. 불을 끄고 눕자마자 귓가에 모기 소리가 ‘윙’ 하고 울렸다. 지금 모기약을 주문해야 다음날 밤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겠다 싶어 자세를 고쳐앉고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퇀(美團)’ 앱을 켰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배달 시스템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 메이퇀과 ‘특별배달’ 제휴를 맺고 있는 한 마트에서 29위안(약 5600원) 이상 주문하면 당장 30분 뒤에 배달이 가능했다.
새벽 시간임에도 배달비는 0위안이었다. 모기약값만 22.5위안이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근처 오프라인 수퍼마켓보다 1.3위안 저렴한 가격이었다. 즉 제품값에 배달비를 녹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주문을 끝내자 마트는 즉시 배달원을 찾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 배달원의 동선이 실시간으로 지도 위에 표시되기 시작했다. 30분가량 뒤인 1시 55분, 배달원에게 전화가 왔다. 문 앞에 물건을 뒀으니 확인하라는 내용이었다.
중국 배달업계가 속도, 품목 확대에 이어 서비스 시간까지 늘려가며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1시간 이내 배달을 끝내는 중국의 ‘즉시 배달’ 시장은 2026년 1조위안을 넘어설 전망인데, 이 성장세에 ‘24시간 배달’이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야간 소비를 촉진하는 만큼, 올해 중국 경제 회복의 핵심 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배달 플랫폼이 배달비 고가 논란 등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 中 야간경제, 지난해 16% 급성장… 24시간 배달이 원동력
15일 중국 전자상거래 전문 매체인 전상보(电商报)에 따르면, 메이퇀은 지난 10일부터 베이징내 500여개 편의점과 ‘메이퇀 퀵커머스(美团闪购)’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메이퇀이 지난 2018년 시작한 ‘24시간, 30분내 배달’ 서비스로, 수퍼마켓 등에 적용하던 서비스를 지난해 9월부터 각 지역 편의점으로 확대하고 있다. 품목 제한도 없다. 전상보는 “24시 편의점은 야간 이용률이 낮아 수익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며 “메이퇀과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소비 습관의 변화를 가져오면서 24시 편의점도 다시 계산기를 두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24시간 즉시 배달은 중국 소비 시장을 다시 뛰게 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조사에 따르면, 중국 도시 소비의 60%가 야간에 발생하는데, 전자상거래 업체의 경우 오후 9~10시, 음식배달업계는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1시 사이에 주문량이 가장 많았다. 이에 중국 사한산업연구원(思瀚产业研究院)은 지난해 중국 야간경제 규모가 42조4000억위안(약 8418조원)을 기록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전년(36조4000억위안) 대비 16%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야간경제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발생한 서비스 산업 활동으로, 배달 시스템이 야간경제의 ‘발’이 된 셈이다. 현지 매체들은 “야간경제는 소비를 자극하고 경제를 부양하는 ‘황금열쇠’로 꼽힌다”고 말했다.
야간경제 규모 확대는 중국 즉시 배달 시장의 성장과 맞물린다. 중국 프랜차이즈경영협회는 중국 즉시 배달 소매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1조위안(약 19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배달 선두주자인 메이퇀은 이 중에서 4000억위안 이상을 점유하겠다는 계획이다. 메이퇀 측은 “즉시 배달 시장의 잠재력을 확신한다”며 “소매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해 (배달 서비스의) 고품질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 징둥닷컴 등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들도 주요 편의점 브랜드와 제휴를 확대하는 등 관련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韓 배달시장은 성장 주춤… 배달비 비싸고 이용 시간도 제한적
반면 한국의 배달 플랫폼은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조10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올해 1분기로 범위를 넓혀봐도 거래액은 6조3669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7조1343억원)보다 10.8% 감소했다.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배달앱 3사(배달의 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4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926만명으로, 전년 동기(3321만명) 대비 11.9% 줄었다. 높은 배달비와 낮은 배달 서비스의 질이 소비자의 불만을 샀다.
중국과 비교해도 한국 배달 플랫폼의 서비스 시간과 속도는 제한적이고, 가격은 비싸다. 배달의 민족의 장보기 서비스인 ‘B마트’의 경우, 주문 후 1시간 이내 도착이 가능하지만, 최소주문금액이 1만원이고, 1만5000원 미만 주문시 3000원의 배달비가 붙는다. 쿠팡 로켓배송은 다음날 중, 신선식품 위주인 로켓프레시는 밤 12시 전 주문 시 다음 날 새벽 도착을 보장하는데, 배송비는 모두 무료다. 단 월 4900원짜리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으면 1만9800원 이상 주문해야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 로켓프레시는 멤버십 회원에게만 제공되는데, 회원도 최소 주문금액(1만5000원)을 맞춰야 한다.
한국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의 경우 새벽 배달을 주로 이용하고 있어 24시간 배달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24시간 배달을 하려면 상시 대기하고 있는 라이더가 있어야 하고, 결국 현재의 프리랜서 라이더가 아닌 플랫폼에 직고용된 라이더가 필요해 24시간 즉시 배송은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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