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칼럼] '게임전쟁'서 읽은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그림자

정리=박명기 기자 2023. 5.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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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MS-닌텐도-소니 등 2010년대 중반 미국 가정용 게임기 시장 흥미진진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 보비 코틱. 사진=게임전쟁 370페이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PC 이용자라면, 운영체제인 윈도우와 워드, 파워포인트 등 생산성 도구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개발자들에게는 비주얼 스튜디오부터 애져까지 다양한 개발도구들이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게이머에게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의 스위치와 함께 가정용 게임기 시장의 3대장 중 하나인 XBOX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또한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유명한 회사일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같은 인기 있는 슈터 게임 IP(지적재산권)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바일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3매치 게임 IP 중 하나인 '캔디크러시사'가 IP를 가지고 있는 킹닷컴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패스라는 게임 구독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2021년에는 제니맥스 미디어와 베데스다를 인수하여 '엘더스크롤' 시리즈와 '폴아웃'시리즈, '둠' 등의 IP와 함께 개발스튜디오를 손에 넣었다. 

제니맥스와 베데스다를 인수한 지 5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겠다고 하는 소식은 게임계의 핫이슈가 되었다. 

PC와 가정용 게임기에서 가장 인기있는 IP인 '콜 오브 듀티'가 MS의 아래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특히 XBOX와 경쟁을 하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가지고 있는 소니는 독점을 우려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인수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는듯 했으나 영국의 반독점 규제 기관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승인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 빅딜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결정에 불복하며 항소한다고 하니 결정이 어떻게 될지는 이후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번에 한국에는 <게임전쟁> 책이 출간되었다. 원제가 'The Ultimate History of Video Games Volume 2'인 이 책은 제목과 같이 'The Ultimate History of Video Games'의 후속으로 2021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전작인 'The Ultimate History Of Video Games'는 2001년에 나왔으니 20년만에 나온 두 번째 이야기인 셈이다. 이 책의 앞 권은 한국에도 <게임의 시대> 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지만 현재는 절판으로 구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책의 1부에서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가가 게임기 사업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막 게임기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언급하며 마무리가 되었다. 2부는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막 게임기 사업에 진출하며 소니와 닌텐도와 경쟁하는 것으로 책이 시작된다. 

책의 서장에는 흥미로운 도시전설을 검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2004년 MS의 게임 스튜디오의 총 책임자였던 셰인 김이 팝캡게임스와 징가를 25만 달러(약 3억 3085만 원)에 사는 것을 거절했다는 전설은 전설답게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있다. 징가는 2007년에 설립되었고 책의 본문에서 에드 프리스가 "우리는 팝캡게임스에 400만 달러(약 52억 9440만 원)의 제안을 했었다"라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영화 '파이널 판타지'의 감독 사카구치 히로노부. 사진=게임전쟁 359페이지

한편 MS는 2000년에는 '헤일로'를 개발하던 번지 스튜디오를, 2002년 닌텐도의 주요 파트너이자 '동키콩 컨트리'와 '골든아이 007'의 제작사인 영국의 게임 스튜디오인 레어를 인수하고 '데드 오어 얼라이브3'를 독점으로 가져오는 등 XBOX의 성공에 게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책에서는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며  우리가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물론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만이 아니다. 닌텐도는 NDS와 Wii로 다시 왕좌를 찾아오고 있는 중이며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가정용 게임기의 왕좌를 지켜내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 행사들이 끊임없이 언급되며 당시 행사장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담아내고 있다. 

2010년대 중반의 미국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중심으로 풀어나갔다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실제 개발자들의 목소리를 인터뷰하거나 출처를 인용하며 이렇게까지 게임 산업의 플레이어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는 것은 게임산업의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권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흥미롭게도 이 책의 거의 마지막 챕터에서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의 마지막 18챕터가 게임산업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게임과 영화와 게임과 예술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간략하게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전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챕터를 읽어 보면 챕터의 시작에서 등장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가 어떻게 진행될지 더욱 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오영욱 krucef@gmail.com

■ 오영욱은

게임 경력으로 자신을 소개하자면 부모님이 재믹스를 사주셨지만, 정작 어머니가 열심히 하셨던 유년 생활을 보내고 흑백 XT 컴퓨터로 게임 인생을 시작하여 PC게임을 주로 하며 학창시절을 보낸 게이머다.

자료정리를 목적으로 한 게임 역사 자료 수집이 취미가 되어 꾸준히 한국에 나온 게임 개발과 문화에 관한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커리어 중심은 게임 프로그래머이지만, 현재는 대학원에 다니면서 잡다하게 컴퓨터가 읽는 글부터 사람이 읽는 글까지 가리지 않고 쓰고 있다. 집필과 번역한 책으로는 『한국 게임의 역사』, 『소셜게임 디자인의 법칙』, 『81년생 마리오』 등이 있다.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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