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선수’의 대반전, 기둥 다 팔아치운 OAK에 또 나타난 강타자[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드디어 운명의 팀을 찾은 것일까. 루커가 빅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5월 15일(한국시간)까지 시즌 9승 33패, 승률 0.214를 기록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압도적인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 또 하나의 '2할 승률 팀'인 캔자스시티 로열스(12승 30패)보다도 3경기 뒤쳐진 상태다. 시즌 득실차는 무려 -157점. 득실을 기반으로 계산하는 피타고리안 승률도 정확히 0.214다. 오클랜드는 특별히 운이 따르지도, 운이 없지도 않은 '예상 그대로'의 모습으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2번의 오프시즌 동안 맷 올슨과 션 머피(이상 ATL)를 비롯한 여러 주축 선수들을 떠나보낸 오클랜드의 부진은 예상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오클랜드에도 올시즌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새 중심타자로 자리한 브렌트 루커다(이하 기록 5/15 기준).
좌익수와 지명타자를 소화하는 코너 외야수 루커는 올시즌 35경기에 출전해 .308/.420/.650 11홈런 29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비록 팀 타격 성적은 부진하지만 팀 타선을 이끄는 3번타자로서 개인 성적은 흠잡을 곳이 없다.
루커는 올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OPS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율은 공동 16위지만 출루율 6위, 장타율 1위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로 군림하고 있다. 홈런은 전체 공동 4위다.
사실 루커는 오클랜드가 올시즌을 앞두고 사실상 '주워 온' 선수였다. 지난해 11월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한 루커를 오클랜드가 클레임했다. 공짜로 얻은 선수지만 지금 오클랜드의 사실상 '유일한 전력'으로 다 무너진 팀을 홀로 떠받치고 있다.
1994년생 우투우타 외야수 루커는 원래 기대주였다. 2016년 미시시피 주립대 소속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한 루커는 미네소타 트윈스에 38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계약하지 않고 학교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7년 다시 드래프트에 참가해 미네소타로부터 1라운드(경쟁균형 A라운드) 전체 35순위 지명을 받았다. 베이스볼아메리카는 루커를 2018시즌에 앞서 전체 92순위 유망주로 평가하기도 했다.
2017년 대학리그에서 67경기 .387/.495/.811 23홈런 82타점의 엄청난 성적을 낸 루커는 마이너리그에서 아주 정교하지는 않지만 장타력이 있는 선수로 천천히 성장했다. 그리고 2020년 단축시즌 빅리그에 데뷔해 7경기 .316/.381/.579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2021시즌 빅리그 58경기에서 .201/.291/.397 9홈런 16타점에 그치며 자리를 잡지 못했고 2022시즌을 앞두고 테일러 로저스 트레이드에 포함돼 미네소타를 떠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이적했다. 샌디에이고 이적 후에는 빅리그 2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향했다. 캔자스시티 이적 후에도 14경기 .160/.276/.200 2타점에 그쳤고 결국 시즌 종료 후 팀 전력에서 제외됐다. 빅리그 데뷔 첫 3시즌 동안 기록한 성적은 81경기 .200/.289/.379 10홈런 23타점에 불과했다.
최하위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은 루커는 올시즌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3년 동안 루커는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강한타구를 날리는 타자에 불과했지만 올시즌에는 아니다. 올시즌 루커는 거의 모든 지표에서 리그 상위권 수치를 기록 중이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루커는 올시즌 무려 배럴타구 비율이 21.4%(ML 평균 6.8%)에 달하고 강타비율도 54.8%(ML 평균 36%)에 이른다. 기대 타율(0.299), 기대 장타율(0.621), 기대가중출루율(0.437) 등 대부분의 기대지표가 리그 최상위권이다. 헛스윙(35.3%, ML 평균 24.7%)이 많고 컨택율이 떨어지지만 삼진이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다. 루커의 삼진율은 23%로 리그 평균(22.1%)를 근소하게 웃도는 수준이다. 볼넷율은 14.4%로 리그 평균(8.4%)을 크게 웃돈다.
다만 아직 시즌 초반이고 표본은 작다.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온 선수가 아닌 만큼 성적은 언제든 떨어질 수 있다. 올시즌 초반 알렉 봄, 브라이슨 스탓(이상 PHI), 브라이언 앤더슨, 제시 윈커(이상 MIL), 잭 스윈스키(PIT) 등 여러 선수들이 놀라운 시작을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자 모두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루커 역시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28세로 전성기 나이에 접어든 루커가 새 팀에서 드디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상위 라운더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놀라운 초반을 보내고 있는 루커가 과연 올시즌을 어떤 모습으로 마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리고 또 하나, 루커가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을 경우 그가 올슨, 머피와 달리 다음시즌에도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고 개막을 맞이할 수 있을지 여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자료사진=브렌트 루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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