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카트 끌고 집에 가는 강남 아파트 주민들…마트측 “추적기 달아야 하나”
구매한 물건 집으로 옮긴 뒤 아파트 단지에 카트 방치
”시민의식 실종” 지적 나오지만, “문제 없다”는 주민들
”매출 떨어질라”…반출 금지도 못하는 마트·백화점
쇼핑카트를 점포 밖으로 끌고 나가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주민들이) 전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 명백히 재물손괴와 절도에 해당합니다.
‘바퀴가 훼손돼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 아무리 말해도 되려 항의를 하니까 이제 제재를 잘 안 하게 됩니다.”
서울 서초구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직원 A씨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뉴코아아울렛 강남점에서 만난 직원 A씨는 서초구 주민들이 쇼핑카트를 점포 밖으로 반출해 사용하고 있는 행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 주민이 카트를 가지고 점포 밖으로 나가길래 ‘짐도 무거우니 잘 사용하고 다음부터는 자제해달라’고 했는데, 오히려 화를 내며 ‘40년 넘게 사용 중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하더라”라며 “마트 물건을 가지고 가지 말라고 부탁하면 오히려 클레임이 들어온다”고 하소연했다.
쇼핑카트를 점포 밖으로 끌고 나가 개인용 카트처럼 사용하는 서초구 주민들 때문에 인근 마트·백화점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년 100개가 넘는 쇼핑카트가 분실되고 훼손돼 금전적 손해가 만만치 않지만, 반출을 금지할 경우 항의가 들어오고 매출이 떨어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시민의식 실종”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쇼핑카트를 사용하는 주민들은 “편리한 시스템”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16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서초구 잠원동아·신반포자이·반포르엘2차·신반포2차·신반포4차아파트로 인근 마트·백화점의 쇼핑카트 수백대가 반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주민 다수가 쇼핑을 마친 뒤 구매한 물품이 당긴 쇼핑카트를 점포 밖으로 가지고 나와 자신의 집 앞까지 끌고 가는 것이다.
이들은 물건을 집 안으로 옮긴 뒤 가져 온 쇼핑카트를 반납하지 않고 아파트 단지 내에 세워두고 있었다. 아예 대문 앞에 쇼핑카트를 놓고 분리수거 배출 등을 위해 쓰레기를 실어 나르는 데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10일 오후 잠원동아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쇼핑카트 수십대가 방치돼 있었다. 한 쇼핑카트는 아예 주민들이 통행하는 아파트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이날 이 아파트 단지 내에 세워진 쇼핑카트만 26대였다. 인근 신반포자이아파트 단지 내에는 30여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렇게 버려진 쇼핑카트는 마트·백화점 직원들이 직접 회수하고 있다. 대형 트럭을 동원해 쇼핑카트를 실은 뒤 다시 점포에다 가져다 놓는 방식이다. 이곳 관계자에 따르면 매일 200개 이상의 쇼핑카트를 회수하고 있다. 쇼핑카트가 점포 밖에서 사용되다 보니 매년 100~200개가 분실된다고 한다.
쇼핑카트를 직접 회수하는 직원 B씨는 “아파트 단지 말고도 대로변에 버린 경우도 많고, 한강·테니스장 등 별의별 곳에 많다”며 “사람들이 다니다가 길에서 쇼핑카트가 보이면 우리한테 전화하고, 우리가 그걸 찾으러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아파트 단지에 수거하러 갔더니 아파트 보도블록이 깨진다고 (쇼핑카트를) 끌고 가지 말라고 했다”며 “카트를 아파트까지 끌고 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 회수하는 트럭 소리가 시끄럽다고 해서 트럭도 전기차로 바꿨다”고 토로했다.
이들이 쇼핑카트를 반출하는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다. 자동차를 타고 쇼핑을 한 뒤 아파트 단지에 주차를 하면 도보로 이동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주차한 곳에서 자신의 집까지 무거운 짐을 들기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사용한 카트는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 반납해 달라”
“카트는 자사의 자산으로 건물 밖 외부 반출을 금지한다”
“쇼핑카트 외부 사용 시 바퀴 훼손 및 안전사고 발생의 원인이 된다”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내부에는 이런 안내 문구가 이곳저곳에 붙어 있었지만, 일부 주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쇼핑카트를 끌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점포 내에서만 사용하도록 제공되는 쇼핑카트를 개인 물건처럼 사용하는 것은 시민의식 실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 C(34)씨는 “시민의식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에 충격”이라며 “남의 물건을 훔쳐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아이들 보기에 부끄럽다”고 했다. 이어 “관리비로 돈을 모아서 아파트 단지 소유의 쇼핑카트를 만들고 운영하면 되지 왜 남의 물건을 훔쳐 오냐”며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 것이 심각한 것 같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다른 아파트 단지도 이러한 시스템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일 쇼핑카트를 끌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온 60대 여성은 쇼핑카트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것 보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며 “쇼핑카트를 끌고 오면 시간도 단축되고 기름값도 아끼고 더 경제적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마트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주기적으로 카트 픽업도 오고 있다”고 했다. 한 주민은 “잠깐 (쇼핑카트를) 가져가는 것이고, 다 쓰는 것”이라며 무엇이 문제냐는 반응이었다.
인근 마트·백화점은 제대로 된 제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쇼핑카트 반출을 금지하면 오히려 항의를 받고 매출이 떨어질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한 점포 관계자는 “매일매일 그냥 수거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위치추적기를 다는 등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최대한 회수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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