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4억씩 빠져" 종로 집주인 비명…최악 역전세 대란 오나

김평화 기자, 방윤영 기자 2023. 5.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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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전세 매물 안내문이 붙여있다. /사진=뉴스1


올 하반기 최악의 역전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아파트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전세가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2021년 하반기 체결된 아파트 전세계약 만기가 다가오면서다. 2년 새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 전세가격도 수억원씩 내렸는데, 집주인은 계약이 만료되면 가격이 내린만큼의 금액을 충당해야 한다.

15일 현재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2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84㎡ 전세 매물 최저 호가는 9억3000만원이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 아파트가 2021년 10월 최고가인 13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2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서울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 전세 매물 호가는 8억8000만원 선이다. 2021년 7월 최고 12억원에 거래됐던 것에 비해 3억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 전세는 2021년 11월 12억70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 등록된 같은 면적 전세 매물 최저가격 8억5000만원과 4억2000만원 차이다.

2021년 하반기에는 전세매물이 크게 줄어들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집값이 빠르게 올랐고 부동산 임대차3법 시행, 다주택자 규제 강화 등이 겹쳐 전세매물이 사라졌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대폭 올려도 전세 수요가 있었다. 역대 최고 수준의 비싼 가격에 체결된 전세계약 만기가 돌아오면서 역전세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년 새 부동산 경기가 냉각됐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전세가격도 크게 내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서울시 아파트 전세지수는 83.5로 2021년 12월 103.5에 비해 20포인트 떨어졌다. KB부동산 주간 전세 증감률은 지난주(8일 기준) 전주 대비 0.13% 내렸다. 점차 가격 낙폭은 줄어들고 있지만 올해 내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입주예정 물량 영향과 매물적체 영향 등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년전 맺은 전세계약 만료에 따라 집주인(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구하려면 하락한 시세에 맞출 수밖에 없다. 집주인 입장에선 당장 수억원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차권 등기 설정 등 이유로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특히 '갭투자(전세끼고 매수)'로 자기자본을 최소한으로 투입해 아파트를 사들였던 임대인의 경우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깡통전세' 사례가 될 수 있다. 역전세 금액을 임대인이 감당하지 못한다면 급매나 경매로 아파트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부동산 가격 추가 하락 요인이 된다. 바닥을 다져가는 부동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셋값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 6월부터 10개월 간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계약건은 5만건 이상이다. 매달 약 5000건의 전세 만기가 도래한다.


서울 신축 입주물량이 몰린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세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더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서울 곳곳에 입주예정 아파트 물량은 1만가구가 넘는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서울 강남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4646가구로 지난해(768가구) 대비 6배 수준이다. 서초구도 올해 3470가구가 입주하는데 지난해 1188가구 대비 3배 물량이다.

주요 입주예정 아파트는 △은평구 수색동 DMC파인시티자이(1223가구)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아이파크포레(1464가구)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 L-65(1425가구)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878가구)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 △강동구 강일동 힐스테이트 리뷰빌강일(809가구) 등이다. 특히 내년 초에는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6702가구)가 집들이를 시작한다.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우려되는 가운데 서울 주요 입지에 대단지 아파트들이 속속 입주에 나서면서 전셋값 하락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KB부동산시장 리뷰' 보고서에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동반 하락세가 지속되며 '역전세'와 '깡통전세' 이슈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 중개팀장은 "2년전 대비 대출금리가 높아져 이자부담이 늘고 전세사기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선호도가 낮아져 전세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감액계약의 경우 임대인이 단기간 보증금 상황이 어렵다면 임대인이 대출이자 일부를 부담하는 방법도 있다"며 "퇴거할 경우 전세퇴거대출을 활용해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지만 대출요건이 까다로울 수 있어 사전에 확인해야 보증금 반환 지연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셋값 하락기가 회복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내년 상반기까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역전세 우려와 함께 전세를 들여 잔금을 치러야 하는 새 아파트 집주인들의 상황, 실거주 폐지까지 고려하면 전셋값 하방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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