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청구 간소화, 이번에도 좌절?… 의사 이어 환자단체도 길거리로

전민준 기자 2023. 5. 16.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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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둘러싼 보험업계와 의사, 환자단체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간소화 법안이 오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테이블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의사단체에 이어 이번엔 환자단체들도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날 뉴시스 보도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루게릭연맹·한국폐섬유화증환우회·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업계는 번거로운 실손보험 청구절차 간소화로 보험 가입자의 소액 보험금 청구 등에 있어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가입자의 편익보다는 실손 보험사는 고액보험금을 거절하며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법안은 전국의 모든 병원과 보험사를 전산망으로 연결해 가입자가 보험금을 보다 편리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 보험사에 제출할 필요가 없어진다. 가입자가 병원에 요청하면 병원이 보험사에 진료비 계산서, 영수증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전송하게 된다.

이들은 "보험사들은 현재 보험 지급률만 발표한다"면서 "실손보험 간소화가 시작되면 다수의 소액 보험금 지급으로 실손 보험사의 지급률은 오히려 높아지겠지만, 국민들은 고액 보험료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1만 원짜리 소액 보험 청구 1만건을 지급하면 1억원이기 때문에 중증 암 환자 치료비와 같이 고액 보험금 몇 건만 거절하면 오히려 보험사는 이익을 보게 되는 구조"라는 이유다.

이들은 "실손보험 가입의 목적은 암과 같은 고액 질환 보장, 고가의 신약 선택 등 다양한 목적을 갖고 실손보험을 가입하고 있다"면서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이 치료비를 청구했을 때 지급을 거절한다면 가입자의 선택권은 묵살되고 병원은 저가의 낙후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 중증 암환자들이 지금도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데,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고 질 낮은 의료서비스만을 제공받는다면 실손보험을 가입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환자의 진료 정보가 민간 보험사에 데이터로 전송되면 결국 보험사는 개인의 의료 정보를 전산화해 축적·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3자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민간보험사나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개인정보 해칠 우려가 없다고 항변 하지만 각 보험사와 플랫폼 기업들이 개인 의료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해 분석·재가공한다면 개인을 특정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실손보험사들이 환자 정보를 수집·축적해 환자의 보험금 청구 삭감의 근거를 마련하고, 갱신과 보험금 거절, 상품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치료비를 지급하는 보험으로 가입자만 3500만 명 이상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린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권고한 이후 14년째 도입 여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가 간소화되면 가입자는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할 필요가 없어지고, 보험사는 가입자로부터 전달받은 종이 서류를 심사한 뒤 전산에 다시 입력하는 업무 등이 사라진다.

의료기관은 보험금 청구 자료를 보험사에 전송할 의무가 없는 데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현재 병원마다 가격차가 크지만 공개되지 않고 있는 도수 치료, 체외 충격파 같은 비급여(건강보험 비적용 진료비) 진료 데이터가 의료기관에 축적되면 정부의 의료 수가(진료비) 인하 압박이 있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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