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빼곤 다 잘한다"던 한화가, 왜 정작 '팬심'은 읽지 못했나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한화 이글스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다.
한화는 지난 11일 감독 교체의 후폭풍이 거세다. 한화는 11일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고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3년 14억 원에 제1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수베로 감독은 계약기간 3년을 채우지 못했다.
감독 교체에 대한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구단 내부에서도 이 정도의 후폭풍까지는 예상하지 못해 당혹스러워할 정도. 감독 교체를 하는 팀들마다 내홍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한화는 긍정보다 부정의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부 한화 팬들은 15일부터 한화 그룹 본사, 상암동 등을 돌며 한화 구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한다. 15일 트럭시위 전광판에는 '무능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한화 이글스 프런트가 된다', '감독이 선수만 바라볼 때 한화는 감독만 노려봤다' 등 분노가 가득찬 문장들이 쏟아졌다. 인터넷 상에서도 구단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목소리가 많다.
과연 수베로 전 감독이 무조건 훌륭하기만 했던 감독이라서일까. 깊이 들어가면 그렇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선수 돌려막기식 기용, 한 박자 늦은 투수교체로 인한 대량 실점 등은 팬들에게도 능력을 의심받게 했고, 외국인 선수 교체, 과도한 수비시프트 등을 놓고 구단과 갈등도 점점 커져왔다.
그런데 팬들이 왜 수베로 전 감독 경질에 반감을 드러내는 것인지 이유를 살펴볼수록 구단에 책임이 있다.
한화는 2021년 수베로 전 감독을 구단 최초 외국인 감독으로 선임했다. 수베로 감독은 김태균, 송광민, 김회성, 송창식, 안영명 등 오래 몸담았던 베테랑 선수들이 떠나고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맡았다. 구단은 수베로 전 감독이 강제 리빌딩에 들어간 팀을 지도할 적임자이자 덕망높은 지도자라고 설명했다.
구단이 감독을 긍정적으로 홍보하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한국 팬들은 다른 한국인 전임 감독들에 비해 수베로 전 감독에 대해 많은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한화가 만드는 그의 이미지가 그대로 팬들에게 박혔다. 한화는 '실패할 자유', '공격적인 시프트' 등 수베로 전 감독의 야구 철학과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팀의 인위적인 리빌딩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카드로 그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결과 한화는 스스로 만든 덫에 잡혔다. 수베로 전 감독이 무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그런 사람을 공들여 데려왔고 2년 동안 열심히 치켜세워온 구단의 잘못을 직접 인정하는 셈이다. 팬들은 구단의 판단을 믿고 감독과 선수들을 응원했는데, 그 감독의 포장지를 구단이 벗겨버렸다. 차라리 방향성이 달랐다고 표현했다면 덜 '역풍'을 맞았을까. '이기는 야구'가 교체 키워드가 되자 갑자기 외국인 영입 실패라는 구단의 패착까지 수베로 전 감독에게 뒤집어씌운 모양새가 됐다.
그와중에 과정도 불친절했다. 2020년 말 FA 정수빈을 놓쳤을 때조차 추후 육성 계획까지 치밀하게 설명했던 한화가, 감독을 경질하면서는 새 감독 선임 보도자료에 짤막하게 한 줄 넣는 데 그쳤다. 아무리 그와 크게 틀어졌더라도 '고생했다'는 의례적인 인사 한 마디 없었다. 심지어 현장 실무자인 외국인 코치들은 언급도 없이 짐을 쌌다. 구단 내부에서는 경질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기에 결단했겠지만, 여론을 감지하지 못한 탓에 반대 여론을 끌어들일 생각도 못 했다. 팬들로서는 구단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이자 수베로 전 감독 버리기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마스코트, 구단TV, 타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 구단 다큐멘터리 제작 등 어느 팀보다 구단 마케팅에서 크게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화가 정작 가장 필수적인 '팬심'은 읽지 못해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미 수베로 전 감독은 떠났고 한화는 110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한화가 제 발등을 찍은 도끼를 빼내려면 더욱 더 승리가 필요하다. 팀이 좋은 성적을 냈다면 외국인 선수 부재가 이렇게 큰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터. 한화가 앞으로 남은 긴 시즌 동안 승률을 대폭 끌어올려 신뢰를 회복하고 팬심을 되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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