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돈 못 버는 바이오의 당당함

김도윤 기자 2023. 5. 16. 05: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가시적인 사업화 성과를 내지 못하는 바이오에 선뜻 큰돈을 맡길 투자자는 많지 않다.

수년간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법인 운영비를 걱정하는 바이오가 지금 한둘이 아니다.

바이오라고 언제까지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서 "우린 연구 잘하고 있다"고 당당할 일이 아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성남=뉴스1) 조태형 기자 = 관련 연구원들이 코로나19(COVID-19)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2020.2.28/뉴스1

"우리는 연구 잘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산업 현장에서 만나는 경영진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직접 만나 물어보면 연구를 못 하는 바이오는 거의 없다. 이들의 자신감을 대면하면 한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의 등장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듯하다.

문제는 아무리 바이오라도 연구만 잘해선 기업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연구만으로 5년, 10년을 버틸 수 없다. 물론 계속해서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수년간 가시적인 사업화 성과를 내지 못하는 바이오에 선뜻 큰돈을 맡길 투자자는 많지 않다.

지금처럼 바이오에 대한 시장 평가가 좋지 않을 때 이런 부작용은 더 두드러진다. 수년간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법인 운영비를 걱정하는 바이오가 지금 한둘이 아니다.

결국 바이오 스스로 외부 환경에 얽매이지 않고 자립하려면 자체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이전을 통해 현금흐름을 창출하거나 실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사업 영역 다각화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업화 성과 측면에서 우리 바이오의 현실은 안타까운 수준이다. 2005년 도입한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지금까지 100개 이상의 바이오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지만 수익을 내는 곳은 극소수다. 대다수 기업이 여전히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리종목 지정 우려도 살펴야 한다. 특례상장 기업은 영업손실이나 매출 요건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을 3~5년 유예받는다. 즉 아무리 늦어도 상장 5년 뒤엔 유의미한 수준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상장 전후로 바이오 지분 투자에 참여한 FI(재무적 투자자) 역시 기다릴 수 있는 시간에 제한이 있다. 바이오라고 언제까지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서 "우린 연구 잘하고 있다"고 당당할 일이 아니다.

특히 파이프라인 한두 가지에 '올인'하는 전략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2상을 시도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데이터가 나온다면? 당장 오랜 기간 기대감을 안고 기다린 주주와 투자자는 막대한 손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별 파이프라인의 성패에 법인의 생사가 휘둘리지 않도록 기술이전으로 손에 잡히는 수익 구조를 구축하거나 원천기술이나 플랫폼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제 진짜 코로나19(COVID-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다. 최근 3년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바이오 업계의 모든 이슈를 잡아먹은 경향이 있다. 정부의 지원 사업도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집중됐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주요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공동개발이나 기술이전 논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제 팬데믹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첫 기술특례상장 바이오가 등장한 지 19년째다. 사업화 성과를 내는 바이오가 우후죽순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시간이다. 시장은 돈 버는 바이오를 기대한다. 그동안 많은 바이오가 IPO(기업공개)를 수단이 아니라 목표로 여기고 상장 이후 안주하지 않았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의 추락한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일 역시 유의미한 사업화 성과로 K-바이오의 역량을 입증하는 순간부터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