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벨&황선홍 2023년 한국 축구는 봄날입니다[창간특집]
2022 카타르 월드컵의 환희는 이제 지나간 과거가 됐다. 올해는 새로운 축구 축제가 기다린다. 오는 7월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과 9월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바로 그 무대다. 두 대회에서 어떤 성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한국 축구의 흥행도 달라진다.
콜린 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62)과 황선홍 23세 이하 남자축구대표팀 감독(55)은 15일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스포츠경향 창간 18주년을 기념해 만나 “어깨가 무겁지만 운명이라 생각한다. 한국 축구의 봄날은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입을 모았다.
굳이 순서를 따진다면 벨 감독이 먼저 축포를 쏘아 올려야 한다.
황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최고 대회라는 무게감도 있으니 월드컵이 우선”이라면서 “벨 감독님이 2019년 10월 부임할 때부터 쌓아온 노력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황 감독은 여자축구대표팀이 지난해 여자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던 것을 떠올리며 순탄한 출발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는 “지금 흐름이라면 월드컵도 아시안게임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거꾸로 벨 감독은 “한국 축구가 제대로 살아나려면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모두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는 최근 2개 대회 연속 우승했지만, 여자는 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벨 감독은 “사실 성공의 바로미터는 금메달일 수 있다”면서 “여자 축구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보니 2위라도 대단한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령탑이 남·녀 구분 없이 꼭 승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 경기도 있었다. 가위·바위·보도 질 수 없다는 한·일전이다. 남자 축구는 최근 세대별로 일본에 잇달아 0-3으로 참패했고, 여자 축구 역시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황 감독은 “우리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본은 무조건 만난다. 지난해 실패한 원인을 돌아보면서 되갚도록 노력하고 있다. 두 번의 패배는 있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내년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는 2001년생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리고 있는데, 쓰라린 패배로 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지도자인 벨 감독도 한·일전의 특수성은 예외가 없다. ‘대한외국인’이라는 별명처럼 한국과 일본의 특수관계를 잘 알고 있는 그는 “지난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선 1-1로 비겼고,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선 1-2로 졌다. 그 때보다 더 강해진 우리 선수들이 적극적인 공격 축구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황 감독이 줄곧 국내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면, 벨 감독은 독일과 노르웨이, 영국 등에서 활약한 터라 접점이 많지 않다. 사석에선 한 차례 필드를 누비면서 안면을 익힌 정도다.
벨 감독은 “공교롭게도 내가 독일에서 일할 때 황 감독도 독일 레버쿠젠에서 뛴 걸로 안다. 첫 만남부터 이 이야기로 대화의 물꼬를 열었다”고 떠올렸다. 황 감독은 “독일에서 2년간 뛴 그 추억이 매개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파리올림픽까지 새로운 인연을 맺어가겠다는 생각이다.
벨 감독은 “한국 축구가 성공하려면 남·녀가 모두 성적을 내야 한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황 감독님이 아시안게임부터 올림픽까지 모두 좋은 성적을 내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황 감독도 “아직 여자 축구는 올림픽에 나간 적이 없다. 올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올림픽의 새 역사까지 썼으면 한다. 우리 모두 웃으며 금의환향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파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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