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벨의 약속…아시안컵처럼 월드컵도 기대하라[창간특집]

황민국 기자 2023. 5. 16.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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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2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스포츠경향과 창간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5.2/정지윤 선임기자



“이번에는 귀국길이 시끌벅적해야 할 텐데….”

콜린 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62)은 오는 7월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바쁜 나날을 보낸다.

한국 여자축구 최고의 외국인 지도자인 벨 감독이 부임한 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성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두 차례 재계약에 성공한 그는 이제 본격적인 월드컵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우리 선수들과 함께 시작하는 월드컵 캠페인이 이제 딱 한 달이 남았네요. 콜롬비아와 첫 경기를 잘 풀어내면 4강도 불가능은 아닙니다.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하면서 올라간다면, 꿈이 현실로 바뀌겠죠.”

벨 감독의 출사표는 지난해 여자 아시안컵 출정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아시안컵에서 우승 도전을 천명했는데, 첫 결승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당시를 떠올린 벨 감독은 “사실 아시안컵도 조별리그를 통과해 월드컵 티켓(5위 이내)을 따내는 게 첫 목표였다”면서 “이번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통과부터 쉽지 않은 터라 콜롬비아전부터 공을 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서 콜롬비아와 모로코, 독일을 순서대로 만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따진다면 17위인 한국이 독일(2위)을 제외한 콜롬비아(26위)와 모로코(73위)를 제치고 4년 전 프랑스 대회(3전 전패)의 아픔을 씻어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만 한다면 세계에서 어느 팀을 만나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선수들이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벨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은 역시 상대의 만만치 않은 피지컬이 원인이다. 벨 감독은 “콜롬비아 선수들의 피지컬은 놀라운 수준이다.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주전급은 대부분 스페인에서 뛰고 있다”며 “콜롬비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상대하는 세 나라 모두 절반 이상이 톱리그에서 뛴다. 우리가 직면한 경쟁의 수준을 잘 드러내는 지표”라고 말했다.

벨 감독은 이번 월드컵의 성패가 선수들의 부상 관리에 달렸다고 말한다. 지난 4월 잠비아와 평가전 당시 결장했던 지소연(32·수원FC)을 비롯해 장기 부상 중인 이민아(32·현대제철), 이영주(31·마드리드CFF) 등이 하루 빨리 복귀해야 한다.

벨 감독은 “박은선(37·서울시청)이 스스로 부활을 알린 게 정말 다행”이라며 “월드컵 직전까지 우리 대표팀의 구성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벨 감독은 여자실업축구 WK리그가 열리는 현장을 찾아 다니며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오는 6월 17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대표팀 소집까지는 부상 없이 컨디션이 우상향을 그리기를 바랄 따름이다. 이를 위해 벨 감독은 선수들 뿐만 아니라 WK리그 감독과 구단에 자신의 독창적인 훈련법까지 모두 공유했다.

벨 감독의 철저한 준비는 한국 여자축구에 대한 책임감도 담겨있다. 그는 두 번째 재계약으로 여자축구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관장하는 ‘어드바이저’까지 겸임했다. 대외적인 직함이 아니라 한국을 사랑하는 지도자로 여자축구의 뿌리를 함께 키워가고 싶다는 의지였다.

벨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가 성공하려면 하나의 롤 모델이 필요하다. 유소녀들에게 꿈을 안길 스타가 나와야 한다. 그래서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벨 감독은 그 아쉬움을 눈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그리고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풀어내고 싶다. 아시안컵 준우승 당시 공항에서 큰 환대를 받지 못한 게 애석한 그는 이번 월드컵부터 금의환향의 꿈을 그린다.

벨 감독은 “독일이 여자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하고 귀국했을 때 수천명의 환대를 받았다. 우리 선수들도 그런 기쁨을 이번엔 누렸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 선수들이 계속 신바람을 낼 수 있다. 이번 대회에 열심히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파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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