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머리카락 뒤에서 숨바꼭질, 소비자 기만하는 식품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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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뒤에서 숨바꼭질한다'는 속담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식품업계에서 이 속담이 어울리는 사례가 다수 발견되며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소비자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가격은 유지하면서 중량만 줄이면 소비자들은 '실질적인 가격 인상'을 쉽게 인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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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양을 줄이는 것을 두고 '슈링크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가격 인상 대신 양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때 가격 인상과 저가의 원재료 확보, 제품 용량 축소 등을 검토할 수 있는데 슈링크플레이션이 이중 가장 위험부담이 적은 선택지로 알려졌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주로 식품업계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격 인상의 대안으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어려워진 영업 환경 속에서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이윤을 남기겠다는 전략이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초부터 카스 묶음팩 중 375㎖ 번들 제품 용량을 5㎖ 줄여 370㎖로 출시했다. 6개입 기준 30㎖가 줄었다. 반면 가격은 기존 375㎖ 제품과 동일하다. 오리온은 지난해 10월 핫브레이크 제품 중량을 기존 50g에서 45g으로 낮추는 대신 가격은 1000원으로 동결했다. 농심 역시 지난해 9월 양파링 중량을 기존 84g에서 80g으로 조정하는 대신 가격은 유지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지난해 9월 요구르트 비요뜨의 중량을 기존 143g에서 138g으로 5g 줄였다.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 대신 중량을 줄이는 선택을 한 이유는 뻔하다. 고물가에 신음하는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서다. 이를 의식한 정부도 업계의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소비자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치킨업체들이 최근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분노를 사는 것이 대표적 예다. 가격은 유지하면서 중량만 줄이면 소비자들은 '실질적인 가격 인상'을 쉽게 인지할 수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이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량 축소를 알리지 않고 슬그머니 올리는 곳이 많다 보니 공분은 커질 수밖에 없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슈링크플레이션이 논란이 됐다. 당시 일부 제과업체들이 봉지에 담아야 할 과자 양은 줄이고 과자가 부서지지 않도록 한다는 이유로 질소를 풍성하게 넣은 이른바 '질소 과자'를 내놨다. 질소 과자로 한강도 건널 수 있다는 영상물이 나왔을 정도로 조롱거리가 됐다.
식품업체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소비자들은 눈속임이 통하질 않을 정도로 현명해졌다는 점이다. 원가가 올랐다며 당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기업들은 적어도 비겁하진 않다. 가격은 안 올린 척 하면서 중량을 줄이는 일은 소비자를 속이는 일이고 이는 심각한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김문수 기자 ejw02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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