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예금금리 내리는데…곳간 빈 저축은행, 줄줄이 인상
10월말 이후 3월까지 3.2조 수신액 줄어
채권 발행 못해 수신으로 자금조달해야
예대마진 줄어 수익성 악화 우려도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저축은행과 은행간의 예금금리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예금금리를 내리는 은행과 다르게 저축은행이 수신금리를 다시 올리고 있어서다. 사실상의 유일한 자금조달 창구인 저축은행 수신 잔고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같은 2금융권인 상호금융이 최근 저축은행보다 수신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평균금리가 아닌 개별 저축은행 금리를 기준으로 보면, 연 4.5%를 주는 저축은행 정기예금 1년짜리 상품도 꽤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 시스템인 ‘금융상품한눈에’ 기준으로 동양저축은행, 머스트삼일저축은행, 조흥저축은행 등의 10개 상품이 연 4.5% 금리를 주고 있다.
이런 상황은 최근 은행권 수신금리 상황과 매우 다르다. 은행권은 기준금리 동결에도 전반적으로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은행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으로 3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비중을 보면, 연 4% 이상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비중은 전체의 6.9%에 불과하다. 전체 정기예금의 86.7%는 연 3%대(3~4%미만) 금리를 주고 있다.
개별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만기 1년짜리 상품은 이날 기준으로 2%대 상품도 적지 않다. 부산은행의 ‘내맘대로 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 등은 각각 2.30%, 2.6%, 2.90%, 2.85%로 연 3% 미만의 금리를 기록 중이다.
최근 저축은행이 금리를 은행과 다르게 다시 올리는 것은 최근 사실상의 유일한 조달 창구인 수신금액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수신(말잔)금액은 지난해 11월말 121조4000억으로 고점을 친 후 전반적으로 하락해 지난 3월 116조억원까지 줄어든 상태다. 5개월 사이에 5조4000억원이 준 것이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채권시장에서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때문에 수신 잔액이 줄어든다는 것은 저축은행의 유일한 자금조달 창구가 점점 좁아진다는 것과 같다. 은행의 또 다른 주요 조달창구인 은행채 금리(AAA, 무보증, 3년물)가 1월 연 4.09%에서 지난 12일 연 3.75%까지 32bp 하락해 은행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좀 더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는 것과 다른 상황이다.
여기에 같은 2금융권의 상호금융이 저축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것도 고객 유치 경쟁 차원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한국은행 가중평균금리 기준 3월 신협(4.43%), 농협(4.17%), 새마을금고(4.45%)는 저축은행(3.62%)보다 금리가 높다. 저축은행 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상은 상호금융기관 등의 공격적인 예금금리 인상에 따른 대응 차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저축은행이 수신금리를 다시 올리면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줄어들어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가중평균금리 기준으로 저축은행 정기예금 1년짜리 금리와 저축은행 가계대출금리 차이로 본 저축은행 예대금리차는 3월 10.74%p까지 벌어진 상태다. 지난해 11월 저축은행이 평균 예금금리를 5.82%까지 올리면서 예대금리차가 8.02%까지 줄어들었다가 이후 다시 확대됐는데, 최근 수신금리 인상이 이를 다시 좁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1분기 수신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와 부실에 대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 적립액 증가 여파로 6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이 적자를 낸 것은 2014년 이후 9년만이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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