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가전 전쟁, 신경전 보다 기술·혁신으로 승부 겨뤄야[현장에서]

최영지 2023. 5. 1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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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삼성, 가전은 LG."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의 명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말이다.

이 매체가 미국 소비자가 가장 신뢰하는 종합가전 브랜드로 LG전자를 지목한 반면 삼성전자는 20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고 강조한 것이다.

소방청이 집계한 제조사별 에어컨 화재 발생건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에어컨 화재는 삼성전자보다 LG전자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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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기관·소비자매체 조사로 아전인수격 비방
불황 속…가전 부문으로 실적 올리기 '급급'
네거티브 공방→국내 전체 시장 확대 불이익
소비자, 기능·품질에 관심…혁신 경쟁이 먼저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TV는 삼성, 가전은 LG.”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의 명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양사가 서로 비방하거나 당사가 제일 우수하다는 식으로 서로의 명성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국내 에어컨시장 점유율 경쟁이었다. 지난 14일 삼성전자는 시장조사기관 GfK 조사를 토대로 올해 1분기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이 48.6%로, 2013년 이후 10년 연속 1위라고 밝혔다. 또 무풍에어컨 판매 비중이 2배 늘었다며 이튿날인 15일 자연스레 무풍에어컨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신제품 홍보를 이어갔다.

GfK 조사에서 LG전자의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은 32.5%였다. 하지만, LG전자는 “당사는 GfK에 공식적으로 제품 판매량을 공개한 적이 없다”며 “Gfk 데이터에는 LG전자 제품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LG베스트샵 판매량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아 실제 국내 시장 점유율과는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더 나아가 LG전자는 미국 소비자 매체인 컨슈머리포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이 매체가 미국 소비자가 가장 신뢰하는 종합가전 브랜드로 LG전자를 지목한 반면 삼성전자는 20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고 강조한 것이다.

에어컨 화재를 둘러싼 양사의 신경전도 거세다. 소방청이 집계한 제조사별 에어컨 화재 발생건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에어컨 화재는 삼성전자보다 LG전자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화재는 결정적인 구매 기피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LG전자는 제품 점유율이 높아 화재 발생건수도 높은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양사의 신경전이 지속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전 세계적 소비둔화로 가전시장 불황이 지속하고 있고 올여름 에어컨 판매에 양사 실적 사활이 걸려 있어서다. 올여름은 엘니뇨 현상으로 무더위가 예상되는 만큼 에어컨 판매량이 실적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반도체부문에서 이례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어 가전부문에서 실적을 올리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할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 LG전자에 영업익을 추월당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각사 입맛에 맞는 자료를 골라 아전인수격 홍보를 하는 건 경쟁사 비방에 불과하며 국내 가전시장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GfK와 컨슈머리포트를 고려하기보단 구매하고자 하는 가전의 기능과 품질을 살피는 데 관심이 더욱 많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양사의 네거티브 경쟁보다는 신기술 개발을 통한 제품 출시에 집중함으로써 전체 시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키는 경쟁사와의 신경전이 아닌 혁신가전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영지 (yo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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