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변동금리도 10개월만에 3%대 진입…대출 다시 '증가'

정옥주 기자 2023. 5.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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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고정형 이어 변동형 금리도 3%대 '진입'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은행 대출금리가 1년 반전 수준인 3%대까지 떨어지며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15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80~5.796% 수준이다. 사진은 15일 서울 시내의 은행 외벽에 붙여있는 대출금리 안내문. 2023.05.15.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에 이어 변동형 주담대 금리 하단도 3%대에 진입했다. 금융권에서는 대출금리가 당분간 하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대출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내려가는 금리만큼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이날 기준 연 3.97~6.79%를 나타내며 금리하단이 3%대로 낮아졌다. 올 초만 해도 5~8%대를 나타냈던 시중은행의 변동금리가 넉달 만에 2%포인트 가까이 내려간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 변동금리를 4.09~5.49%에서 3.97~5.37%로 내렸다. 변동금리 하단이 3%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7월(3.92%) 이후 10개월 만이다. 우리은행도 주담대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를 4.45~5.65%에서 4.33~5.53%로 인하했다.

다만 농협은행은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를 연 4.07~5.57%로 전날 4.02~5.52% 보다 0.05%포인트 올렸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 변동을 감안해 전날 금리를 낮춘 영향"이라며 "12일 대비 금리 하단이 4.21%에서 0.14%포인트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5대 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이날 기준 연 3.63~5.79%로 집계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는 것은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채권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 초(1월9일)까지만 해도 4.373%에 달했던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12일 기준 3.843%로 0.53%포인트 낮아졌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6개월물(무보증·AAA) 금리도 같은 기간 연 4.003%에서 연 3.627%로 0.376%포인트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시중은행들에 금리인상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도 전월보다 하락하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3.50%) 아래로 떨어졌다. 전날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4월 코픽스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4%로 전월 대비 0.12%포인트 하락했다. 신규 코픽스가 한은 기준금리를 밑도는 것은 2010년 공시를 시작한 이후 세 번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의 여파로 기준금리 인상기조가 바뀔 것이란 기대감과 은행채 금리 하락, 시중은행들의 상생금융에 대한 대출금리 인하 등으로 금리 하락이 예상되며 시중금리가 긴축 이전수준으로 내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담대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하향세를 이어갈 경우, 크게 꺾인 가계대출 증가세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가계대출 잔액은 부동산, 가상자산 시장 호황과 코로나19 확산 영향 등으로 2021년 말까지 사상 최대 규모로 몸집을 불렸으나, 고금리 기조 본격화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감소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처럼 잦아들던 증가세가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과 맞물려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4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5조1000억원) 대비 2000억원 증가하며 지난해 8월 이후 첫 반등했다. 지난 3월 증가세로 전환한 전 금융권 주담대의 증가폭이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영향 등으로 더 확대됐고, 신용대출 감소폭은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2조4000억원 늘어 올 들어 처음 증가 전환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감소세에 있으나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는 최근 늘고 있다"며 "더불어 금융채 금리와 코픽스도 하락하는 추세여 차주들의 부채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가계부채가 우리 금융시장의 최대 '뇌관'으로 작용해 자칫 우리 경제 전반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낸 '가계신용 누증 리스크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대출 규모가 1%포인트 늘어나면 4~5년의 시차를 두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5~0.28%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GDP대비 가계신용비율이 80%를 웃돌 경우 중장기 뿐만 아니라 단기 시계에서도 성장세가 둔화되고 경기침체 발생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도근 한은 통화정책국 통화신용연구팀 차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가계신용비율이 이미 100%를 초과한 상황에서는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욱 클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신용비율이 80%에 근접할 수 있도록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되, 가계부채의 급속한 디레버리징은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완만한 속도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첫 반등한 만큼, 증감추이를 모니터링하고 리스크 요인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가 규모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아직 위험하다고 생각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나 증감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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