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맞게 새롭게 조명 어린이수도 춘천 정신적 근원으로”
춘천에서 시작된 청오 차상찬 연구가 문학·역사·언론·청소년 등 국내 다양한 분야의 학계와 지역 콘텐츠 분야로 매년 확장하고 있다. ‘어린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한 2023 청오 차상찬 학술대회가 지난 12일 한림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강원문화교육연구소와 한림대 아시아문화연구소가 공동주최하고 청오차상찬기념사업회와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은 4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전통적 글쓰기와 근대적 글쓰기의 가교역할을 해 온 차상찬의 활동상을 근대문학 수집, 아동문학 등 각 분야에서 조명하고, 지역 스토리텔링 문화자원으로의 연계방안까지 이어 논의했다.
기조발제 “김삿갓 시 수집의 시초”
청오 차상찬 수집 김삿갓 과시에 대하여
민중사학·야담 등 구비 전승작품 확보
“김삿갓의 시 수집을 처음 시작한 인물이 차상찬이다. ‘개벽’ 문예부는 1926년부터 김삿갓의 시문과 자료를 대대적으로 수집했다. 민족예술의 역사적 기원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일제에 의한 개벽 폐간 후 차상찬이 김삿갓의 시들을 보관하다가 이응수에게 승계한 듯 보인다. 이응수는 김삿갓의 시로 잘못 알려진 작품을 싣는 등 한시 변별 능력이 없었지만 차상찬은 김병연의 과시(과거시험을 볼때 짓는 시)를 정확하게 짚어냈다. 김삿갓의 시는 민중의 작품이다. 차상찬의 특이한 점은 이런 민중사학과 야담들을 발굴했다는 것이다. 구비 전승작품들을 찾기 위해 현장에 뛰었다. 차상찬연구팀의 확보 자료 중 한시 사본이 11매 있는데 일반 한시가 아니라 과시로 김삿갓 과시의 미학적 특징을 알 수 있었다. 조선 후기 익명작가들은 사회 통념을 깨기 위해 정통과 파격 한시를 모두 썼다. 과시는 옛것으로 현대를 비판하는 작품이다. 한문에 능한 차상찬이 이러한 작품을 열심히 모으고 실상을 알렸기 때문에 관련 연구가 이어질 수 있었다. 차상찬 연구도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
발제 1. “위인전·역사동화의 초석”
차상찬의 아동용 역사인물 서사의 특징 연구
아동독자 위한 역사서사 장르 개척
“차상찬은 아동독자를 위한 역사서사 장르 개척 역할도 담당했다. ‘어린이’지와 ‘소년’지 속 아동용 역사인물서사의 특징을 보면 그의 작품이 아동용 역사물의 대표 갈래인 ‘위인전’과 ‘역사동화’의 초석임을 확인할 수 있다. 차상찬은 실존인물을 특정 의도 아래 선별, 일화와 메시지 등을 편집 서술했다. ‘어린이’에 실린 작품은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인물 생애를 순서대로 기술하고 있다. 아동독자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특이한 외모나 어린시절 일화 등 재미에 중점을 둔 구성들도 보인다. 작가가 개입해 아동독자를 호명하고 인물과 사건 스토리텔링으로 쉽게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그림책 위인전 양식에서도 보인다. 차상찬의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강조하면서 환상적 요소를 도입해 사실과 허구의 공존을 꾀한다. 이러한 특징은 2000년대 중반 이전까지 생산된 역사동화 장르와의 연관이 적지않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아동용 서사가 근대 이후에 쓰였어도 근대 일반문학과 차이를 두고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특성을 작품 분석에 고려하고, 근대성과 아동문학의 관계를 더 깊이 고찰해야 한다.”
발제 2. “작품 속 필자 유추 힌트 남겨”
차상찬과 방정환 언술 구성 방식의 비교연구
-차상찬의 필명 ‘쌍s’와 ‘삼산인’의 텍스트 분석을 중심으로
발표된 글 상황 끌어들여 연재글임을 유추
“결론적으로 방정환의 필명으로 분류되던 ‘쌍S’와 ‘삼산인’은 차상찬의 필명으로 생각된다. 차상찬은 자신의 글에서 필자를 유추할 힌트를 남겼다. ‘송작생’은 정현숙 교수 연구를 통해 새로 확인된 차상찬 필명인데, 1930년 ‘학생’에 실린 글 ‘조기 1년’에서 ‘송작’이라는 필명이 쓰인다. 별건곤에 실린 ‘변장기자 암행 탐사기’와 ‘전율할 대악마굴 여학생 유인단 본굴탐사기’를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차상찬은 연속 기사를 이으며 필명을 바꿔 썼지만, 이전에 발표된 글의 상황을 일부 끌어들여, 이어쓰는 글임을 유추하도록 힌트를 남기는 전략을 구사했다. 또한 차상찬의 필명 중 ‘-산인’ 유형은 8종에 이른다. 1929년 3월 어린이 7권 속 ‘조선의 특산 자랑’은 그가 1928년 별건곤에 ‘삼신산인’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세계적 특산물, 천하영약 고려인삼’과 동일 작품이다. 물론 ‘쌍S’, ‘삼산인’ 작품 일부에 방정환이 참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으나 두 필명 작품을 모두 방정환의 것으로 포함시키는데는 무리수가 많다.”
발제 3. “춘천을 어린이도시로 구축”
차상찬의 행적으로 재구성한 지역 콘텐츠 개발
-‘차상찬’의 소년운동과 ‘어린이 도시’ 춘천 브랜드 만들기
문고실 자료 전시·일대기 인형극 등 제시
“차상찬은 1922년 천도교소년회 지도위원으로 합류, 김기전·방정환·구중회·박달성과 함께 그해 5월 1일 ‘어린이 인권선언’을 발표했다. ‘개벽’ 폐간 후 ‘조선문화의 기본조사’를 우리 지방명승 투표를 통해 ‘어린이’ 잡지로 흡수하기도 했다. 초기 어린이날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선언서를 거리 곳곳에 나눠주면서 알리고 함께 여흥을 즐기는 일이었다. 춘천 국제어린이그림 교류전의 연원을 1928년 ‘어린이’ 주최 세계아동예술전람회에서 찾을 수 있듯 초창기 어린이날의 취지를 이어받아 춘천을 어린이도시 브랜드로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춘천시립청소년도서관, 레고랜드, 춘천인형극장을 연결하는 ‘봄내청오길’, ‘어린이선언길’ 등을 생각해봤다. 시립청소년도서관에 차상찬문고실을 만들어 자료를 전시하고 정신을 계승한다면 자랑스러운 문화인물이자 조국을 위해 글로 싸운 고귀한 행적을 본받을 수 있다. 또 춘천인형극제에서 차상찬 일대기를 그린 인형극을 만난다면 더 쉽고 재밌게 알릴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 토론. “다방면 성과 브랜드화·지역 문화유산 콘텐츠 활용을”
지역 어린이날 행사 등 차별·지속성 강조
토론에서는 차상찬에 대한 연구를 넘어 그가 남긴 다방면의 성과를 브랜드화, 지역 문화유산 콘텐츠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양선 한림대 교수는 “차상찬을 매개로 지역 어린이날 행사의 차별성과 지속성을 갖춰야 한다”며 “청오 차상찬의 브랜드화를 해 나갈 추진전략이나 주체가 필요하다. 차상찬 선생의 족적을 넓히고 지역문화 활성화에 숨을 불어넣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춘천시립청소년도서관에 청오차상찬 문고실을 만들자는 김경희 교수 의견에 “이같은 공간을 통해 자료 전시하는 것이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동의했다.
정현숙 강원문화교육연구소장은 “어린이 수도를 표방하는 춘천시에 정신적 근원이 필요하다”며 “차상찬 선생은 어린이날 제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어린이 잡지에도 상당히 많은 글을 수록한만큼 이분을 새롭게 조명해 현대에 맞는 어린이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앞서 차상찬 선생 선양사업 및 경과보고를 통해 “지난해까지 차상찬 전집 7권을 발간했다”며 “그분의 뜻을 온전하게 전달하는 것이 1차 목표였다면 올해는 강원도와 춘천에 관해 쓴 차상찬의 글을 묶어 현대어로 번역·출간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유정월 홍익대 교수는 차상찬의 아동용 작품에 대해 “차상찬의 역사동화를 환상적 이야기로만 볼 것이 아니다. 그의 사실적 이야기에도 어린이 독자의 재미를 고려한 부분이 있다”고 평했다.
이어 “지식정보책이나 역사동화라는 기존의 문학 갈래에서만 분류하기 보다는 소년지에 발표된 차상찬의 글을 검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현숙 춘천교대 교수는 방정환의 필명으로 분류되던 ‘쌍S’, ‘삼산인’과 관련, “삼산인의 글 중 ‘무서운 둑겁이’와 같은 전래동화 성격의 글이 차상찬의 글에 더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며 “쌍S 필명의 작품 ‘호랑이똥과 콩나물’에는 보성학교에 재직한 ‘김○근(金○根) 선생’에 관한 일화가 소개되는데, 해당 인물에 대한 자료가 덧붙여진다면 필명의 주인공이 확실해 질 것 같다”고 했다. 김여진·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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