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月3천원 오른다는데…폭염에 에어컨 틀어도 될까
4인 가구 기준 매월 전기 3020원, 가스 4400원 증가 추정
누진제 적용되는 전기, 냉방비 폭탄 가능성…한전채 불안요소 여전
정부가 한 달 이상 미뤄온 에너지 요금인상을 단행하면서 전기‧가스요금이 각각 5.3%가량 오른다. 올 여름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일각에선 지난 겨울 난방비에 이어 냉방비 폭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5일 2분기 적용 대상 에너지 요금을 인상했다. 전기는 kWh(킬로와트시)당 8원, 가스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을 올렸다. 전기‧가스요금 모두 인상률은 5.3%로, 오는 16일부터 적용된다.
전기의 경우, 월평균 332㎾h를 사용하는 주택용 4인 가구 기준으로 매월 3020원(부가세 등 포함)가량 요금이 증가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가스는 서울시 4인 가구 기준 월 가스요금(주택용)은 약 4400원 인상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최근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며 냉방기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조짐이 일고 있기 때문에 특히 이번 전기요금 인상안에 이목이 집중됐다. 문제는 추가로 부담하게 될 전기요금이 매월 3천원 안팎에 불과하다고 인식한 채 냉방기기를 많이 사용할 경우 '냉방비 폭탄'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가스요금의 경우엔 통상 가구당 기준으로 요금을 계산하는데, 4인 가구들 사이에서도 에너지 사용량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아 이른바 '평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전기나 가스가 단위가 각각 다르고 누진제 여부도 달라서 요금을 설명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4인 가구 평균치를 내는 방식이 정확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게 아니라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현실적으로 찾기 힘들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30일 정부는 4분기에 적용하기 위해 가스요금을 메가줄(MJ) 당 2.7원, 약 15% 가량 인상한 바 있다. 당시에도 정부는 4인 가구 기준 월 평균 가스요금이 약 5400원 오른다고 발표했지만, 요금 인상안을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난방비 폭탄' 논란이 일었다. 대다수 가정에선 매월 5400원 수준을 훌쩍 넘어 몇 만원에서 몇십 만원까지 난방비가 급격히 늘면서 정부의 정확한 사전 설명이 없던 것 아니냐는 등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여기에 전기요금은 가스와 달리 누진제라는 특수한 방식이 적용되고 있어 요금 폭탄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요금인상은 사용량에 대한 사전 시그널 역할을 하는데 지금은 이미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있다"며 "더군다나 전기는 가스와 달리 누진 구간이 있어서 많이 사용할 경우 요금이 몇 배씩 뛸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현행 전기요금의 누진제는 3단계 구간이 적용되고 있다. 냉방기기 사용이 집중된 7~8월에는 그나마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지만, 단계별로 요금의 단가는 약 2배 정도 차이를 보인다. 한전에 따르면 여름철인 7~8월의 누진 구간 1단계는 0~300kWh까지로 단가는 120.0원이다. 2단계는 300~450kWh까지로 단가는 214.6원이다. 3단계는 451kWh 이후 구간으로, 단가는 307.3원에 달했다.
7~8월을 제외한 나머지 1~6월, 9~12월에서 누진 구간 1단계는 0~200kWh까지, 2단계는 200~400kWh까지였다. 3단계는 401kWh 이상 구간이다. 통상 대부분 가정에선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량이 표시되지 않고, 표시가 되더라도 특별히 누진 구간 진입 신호를 인지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전기를 사용한 이후 다음달에 '폭탄 요금 고지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소폭 인상으로 인한 요금 폭탄 우려와 함께 누적 적자가 38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존립 위기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동안 전폭적인 요금 인상에 실패하면서 한전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문제는 지난해 말 한전채 한도를 기존 2배에서 5배로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한도의 약 75%가 이미 채워지면서 추가 발행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현재 약 104조원에 달하는 채권 발행 한도를 대폭 늘리더라도 우량 채권인 한전채의 물량 증가로 인해 사기업들 내에서 자금 조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한전의 적자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 전기요금을 인상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세수가 안 좋아서 재정 투입도 쉽지 않고, 채권 금리를 자극할 수 있어서 한전채 발생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현 요금 인상 수준으론 사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를 전혀 극복할 수 없다"며 "원가에 맞게 비용과 요금을 인상 시키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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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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