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런던, 오늘은 서울서… 여론전 지휘하는 ‘우크라 비밀병기’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오늘 ALC서 개막 축사
20년 전인 2003년 결혼한 코미디 배우 젤렌스키와 극작가 젤렌스카 부부는 훗날 자신들이 이렇듯 비극적 운명의 한가운데 놓이게 될 줄 알았을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對)러시아 항전을 이끄는 최고 사령관으로, 그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비폭력 전쟁 사령관’으로 종횡무진하고 있다.
작년 2월 전쟁 발발 직후 젤렌스카 여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 등에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세계 언론에 이를 널리 보도해줄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식 웹사이트 등에 ‘나는 증언한다(I Testify…)’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거리로 몰려든 난민들, 방공호에서 태어난 아이 사연 등을 전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330만여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숫자가 말해주듯, 세계 곳곳에서 그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단지 온라인을 통해서만 활동하는 게 아니라 파리, 영국, 프랑크푸르트, 뉴욕, 리스본 등 세계 곳곳을 날아다니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작년 7월엔 외국 대통령 부인 최초로 미 의회에서 무기 지원을 요청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녀를 두고 ‘우크라이나의 비밀 병기’ ‘비폭력 전쟁 사령관’이라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젤렌스카 여사는 작년 9월 자신의 이름을 딴 ‘올레나 젤렌스카 재단’을 설립, 단숨에 15억6614만달러(약 2조947억원)의 원조를 약속받았다. 재단은 현재 전쟁고아가 된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탁아소 설립, 다친 국민을 치료하는 데 쓰일 의료품 지원, 전쟁 중 원격 수업에 쓰일 태블릿PC 등 교육 기자재 지원 등 크게 3갈래 원조를 받고 있다. 재단은 홈페이지에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통해 500여 개의 랩톱 컴퓨터를 지원받았다”는 사실까지 낱낱이 알리고 있다.
그녀의 광폭 행보가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지난해 7월 이들 부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폐허를 배경으로 미국 패션지 ‘보그’ 화보를 찍었을 때, 세간에서는 ‘한가한 영웅 행세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그녀는 한 대담회에서 “나는 러시아에 의해 꿈을 잃은 우크라이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비판보다 나쁜 건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라며 단호하게 반박했다. 그는 스스로 역할을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알리는 외교관’으로 정의하면서, 어떻게든 우크라이나가 세계인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젤렌스카 여사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에 참석하는 길에 영국 총리 관저를 방문, 다음 달 런던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영국 총리 부인인 악샤타 머티 여사는 그녀를 향해 “우리는 당신의 군대를 훈련시키고 있지만, 실제론 당신이 우리를 훈련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인들로부터 강인함과 회복력을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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