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인공지능 리터러시
매일 쏟아지는 기술 뉴스의 대부분은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지피티(ChatGPT)에 관한 소식이다. 발표된 지 두 달여 만에 월 사용자 1억 명에 도달해 역사상 가장 빠르게 보급된 기술답게 사회적 반응도 전례 없이 신속하고 다양하다. 구글·메타·바이두·네이버·카카오 등 국내외 기술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대응 서비스에 나서는가 하면 과제물과 시험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각급 학교는 사용금지와 활용영역 등 구체적 지침을 마련 중이다. 필자는 교육자로서 챗지피티에 대응해야 하는 방안으로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챗지피티는 인간과 문명의 핵심 도구인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이기에 특정 영역과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거의 모든 영역, 모든 사람들에게 광범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리터러시(literacy)’란 사전에서는 ‘문해력’이라고 풀이한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요즘 회자되는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용어의 출현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폴 길스터(Paul Gilster)는 그의 저서 ‘디지털 리터러시’에서 “컴퓨터를 통해 광범위한 출처로부터 제시되는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이라고 처음 정의했다.
그리고 마틴 캔들로퍼(Martin Kandlhofer)는 2016년 발표한 논문에서 “글을 읽고 쓰기 위한 역량인 리터러시가 일상생활을 위한 필수 역량인 것처럼 미래에는 AI 리터러시 역량이 필수 역량이 될 것이며, 대학을 포함한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수준별로 AI 리터러시를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듀리 롱(Duri Long)은 AI 리터러시를 “개인이 AI 기술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해 주는 일련의 역량으로서, AI와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고 협업하며 온라인, 가정 및 직장에서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역량”으로 정의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는 영어가 기본이었듯이 AI와 공존해야 하는 디지털 시대에는 AI가 기본이다. 우리나라가 AI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보편적 소양 교육, 즉 전 국민이 AI를 이해하고 설명하고 응용할 수 있는 AI 리터러시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AI는 컴퓨터 전문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기본 역량이 돼야 한다. 모든 이의 작업 환경과 일상생활에 읽기 쓰기 수학과 디지털 기량 외에 AI 도구를 이용해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AI 사고력’을 더해야 한다. AI 리터러시를 갖추는 간단한 방법은 우리가 일상에서 지나치는 작은 현상에도 AI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현재 각 나라에서 AI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여러 가지 대응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은 전 세계 성인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리터러시 온라인강좌인 ‘인공지능의 진실(Elements of AI)’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
이 강좌에서는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미국의 MIT에서 만든 코그니메이츠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읽고, 만들고, 공유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플랫폼에서는 뉴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생들은 이를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창작하고 발표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부산시교육청은 ‘인공지능 (AI)기반 교육 가이드북’을 출간하여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와 실제를 안내하고 있다. 이 가이드북에서는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과 목적, 인공지능 리터러시의 정의와 구성요소,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과정 및 평가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사례와 자료를 제공하여 교사들과 학생들이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인프라와 교사 역량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정부와 교육계 그리고 산업계 등이 이런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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