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자로 풀어 본 언론의 역할과 기능

김진욱 경남정보대 명예교수 2023. 5.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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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경남정보대 명예교수

언론의 자유는 민주정치에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어서 헌법에서도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다. 과거의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언론 탄압문제로 시끄러웠다. 그러나 현재의 민주주의 정부는 언론의 자유가 넘쳐 최근에는 편향성과 공정성 시비가 화두가 됐고 심지어 언론이 정치를 하기에 이르렀다. 언론이 가장 경계해야 할 선을 넘어서고 있다.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을 문자로 풀이해 언론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고자 한다.

언론은 영어로 저널과 프레스로 표현된다. 저널(Journal)은 일보(日報) 일지(日誌)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간행물의 형태로 출판되는 언론을 뜻하게 됐다. 저널의 어원은 고대 로마 원로원의 의사록인 ‘악타 디우르나’에서 ‘매일’이라는 뜻의 디우르나(diurna)에서 왔다. 본래 프레스(press)는 인쇄를 의미했는데 신문이나 잡지 등의 인쇄 매체를 통한 언론 활동을 프레스라고 부르게 됐다. 언론은 19세기까지 인쇄 매체에 국한되어 사용돼 오다가 20세기 이후 대중매체의 발달로 방송 매체도 포함시켜 모든 언론을 프레스라고 부른다.

한편 기계 용어에서 저널(journal) 정의는 축의 부담 하중을 받는 부분으로 베어링에 의해 둘러싸인 축의 일부분을 일컫는다. 즉 저널은 마찰과 고열이 발생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저널 축이 고속회전하면 마찰과 열로 주변 기계부품이 눌어붙어 축은 더 이상 회전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저널에 발생하는 마찰과 열은 기계장치에서는 고장의 원인이 되고 심할 경우는 망가지게 된다. 이와 같이 저널(기계 용어)이 갖는 문제를 사회제도나 구조의 결함과 모순에서 생기는 문제와 대비해 보면 이 문제점들은 모두 저널(언론)의 기삿거리가 된다. 최근 발생 한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 여·야 정쟁 등이 저널의 기삿거리다.

반면, 동양에서 ‘언론(言論)’이라는 말은 중국의 잡가서인 ‘회남자’에 처음 보인다. 대체로 언론은 ‘말’이나 ‘의견’, ‘의론’의 뜻으로 사용됐다. ‘말씀 언(言)’을 풀이해 보면 중국 후한 때 나온 ‘설문해자주’에서 “직언왈언(直言曰言)”이라고 했다. 즉 “직언하는 것을 언(言)”이라 했다. 조선시대 언론기관인 사간원의 정육품 관직을 정언(正言)이라고 한 것을 보면 직언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더 오래된 갑골문에는 언(言)이 ‘매울 신(辛)’과 ‘입 구(口)’로 돼 있다. 즉, 칼과 같은 날붙이를 사용해 죄인이나 노예의 얼굴에 낙인찍는 도구(辛)가 입(口) 위에 있는 섬뜩한 모습을 본뜬 것이 말씀 ‘언’이다. 그러므로 말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펜(언론)은 칼보다 강하다’는 관용 표현을 유념해 본다면, 곡필(曲筆)이 아닌 정론(正論)을 쓸 때 펜이 강한 것이다.

다음으로 ‘논할 논(論)’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시경에서는 “논(論), 정의작답(正義作荅)”이라고 했다. 즉 ‘논(論)은 의(義)를 바르게 하여(正) 답(荅)을 내는 것(作)’이다.

또 ‘논(論)’자는 ‘말씀 언(言)’과 ‘둥글 륜(侖)’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륜(侖)’자는 책(冊, 죽간)을 순서 있게 모은 것으로 논(論)은 객관적인 사실을 신중하되 조리를 세워 ‘정론’을 다루는 것이 정석이다. 국회 건물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곳을, 지금은 소통관으로 바뀌었지만 ‘정론관(正論館)’으로 한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언론이란 요약하면, 뉴스와 정보를 전달하고 의견과 논의를 펼쳐서 여론을 형성하는 데 직언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고, 조리와 질서를 세워 세상을 맑게 하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기능을 하는 활동 전반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여론 형성이란 특정한 방향으로 기사를 편집해 대중들로부터 특정한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에 의거한 기사를 보도해야 하는 준엄한 언론정신을 견지하는 것이 필연적인 요소이다. 기삿거리를 선별하는 것이 여론 형성의 첫걸음이 된다.

문자로 살펴본 언론을 보면서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새삼 생각해본다.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 자신들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각이나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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