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지방의료 붕괴, 환자가 먼저다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닭이 알을 낳아야 하니 닭이 먼저라는 것도, 알에서 닭이 나오니 알이 먼저라는 말도 맞는 것 같다. 이렇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논쟁거리의 진화론적인 결론은 닭이 먼저다. 원시 원핵세포에서 시작해 진핵세포, 다세포 생물, 무척추동물을 거쳐 척추동물로 진화했다. 척추동물이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하는 진화 과정에 후손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을 터득했다. 어류는 넓은 바다에 알을 낳아 수정 확률이 낮고 천적에 의해 소실되는 알까지 감안해 한 번에 알을 많게는 수억 개에서 최소 수천 개의 알을 낳는다. 육지에 올라온 양서류는 상대적으로 수정 확률이 높아서 수백 개로 충분하다. 육지에서 알은 자외선과 비바람에 훼손될 수 있어 껍데기가 단단하게 진화했다. 닭의 오랜 조상도 처음에는 개구리 알 같은 젤리 행태의 알을 낳았다. 그리고 알의 생존 능력을 높이기 위해 탄산칼슘 성분의 보호막을 얻어서 현재와 같은 달걀이 되었다.
“환자가 먼저냐? 의사가 먼저냐?”라는 오래된 문제가 지방의료 현실에서도 있다. 환자는 지방병원에 의사가 부족해서 서울로 향한다. 열악한 환경에 근무 조건도 좋지 않아 의사들이 지방에서 근무하는 것을 꺼리는 것도 있다. 병원 경영자는 환자가 없어 의사를 고용하지 못하고 근무 환경을 개선하지 못한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돼 환자는 의사가 없어, 의사는 환자가 없어 모두 대도시로 향한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12월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은 총 22곳이며, 산부인과는 있으나 분만실이 없는 지역은 총 42곳이다. 대부분이 시골지역으로 인구가 원래 적은 데다 고령화로 인한 출산 인구가 절대적으로 줄어서 산과와 분만실을 운영하면 할수록 손해가 되므로 운영할 수 없다. 이처럼 시골에 인구가 줄어드는 곳에는 병·의원의 수도 감소하고 규모도 줄어 큰 병 치료를 할 수 없다. 반대로 신도시가 생기는 곳에는 병·의원이 들어서고 있다. 이렇게 보면 환자가 줄어서 병원도, 의사도 감소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병원은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비용이 특히 많다. 병원의 경우 임대료, 직원 임금, 진료 장비에 대한 감가상각비, 세금 등과 같이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고정비용이라 하고 약제값과 전기·수도 요금같이 환자를 진료할수록 증가하는 비용을 변동 비용이라고 한다. 병원 운영을 위해서는 고정비용과 변동비용을 합한 총비용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어야 병원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으로 환자 1인에 대한 진료비는 거의 일정하다. 많은 수익을 위해서는 많은 수의 환자를 보아야 하고, 편법으로 미용과 같은 비급여 치료가 가능한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
대형병원의 경우 고정비용이 더 많이 필요하다. 뇌혈관 수술을 위해서는 중환자실, 수술실 인력, 고가의 수술용 현미경과 뇌혈관 조영검사기계, CT, MRI 등이 필요하다. 고정비용이 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해당하면 몇 명의 환자를 치료해야 비용과 이익이 같아지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이익이 유지가 될까? 안타깝게도 지방병원에서 진료만 하고 수술은 서울 큰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다행히 시간적 여유가 있는 환자들은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지난 3월 대구에서 외상을 입은 청소년이 2시간가량 시내 종합병원을 전전하다 끝내 사망한 사건처럼 응급상황에는 수술이 가능한 지방병원이 꼭 필요하다.
지방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고정비용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권역별 뇌혈관센터나 외상센터 같은 국가의 지역병원 지원 정책이 더 요구되고, 병원은 합리적인 경영으로 비용절감에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지원과 비용 절감에도 필수불가결한 것이 환자다. 많은 환자가 지역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국가는 재정적 지원을 늘릴 수 있고, 병원은 의사를 고용하며 재투자를 해 병원 규모를 늘릴 수 있다. 지방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환자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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