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29] 기계도 아는 타인의 마음
‘철수와 영희’라는 어린아이들이 귀여운 고양이와 놀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나갈 일이 있는 철수는 고양이를 하얀색 박스에 숨겨 놓는다. 그런데 철수가 없는 사이 영희는 고양이를 꺼내 뒤에 있던 빨간색 박스에 옮겨 놓는다. 다시 방에 들어온 철수는 고양이가 어느 박스에 있다고 생각할까? 고양이가 옮겨진 사실을 알 수 없는 철수는 당연히 고양이는 여전히 하얀 박스 안에 있다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4세 이하 아이들에게 물어본다면 “철수는 빨간 박스를 열어볼 것”이라는 신기한 답을 들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 자신의 경험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나이의 아이들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발달심리학에서 인간은 4세가 넘어야 드디어 타인의 내면적 세상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 이론’을 가지게 된다고 가설을 세우는 이유다.
그렇다면 기계도 ‘마음 이론’을 가질 수 있을까? 작년에 처음 소개된 챗GPT는 ‘철수와 영희’ 문제를 이해조차 못 했다. 틀린 답을 내거나 랜덤으로 대답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챗GPT의 최신 버전인 GPT-4는 다르다. “고양이가 옮겨진 사실을 알 수 없는 철수는 고양이가 여전히 하얀 박스 안에 있다고 믿는다”라고 GPT-4는 말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GPT-4의 대답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양이는 왜 자신이 다른 박스로 옮겨졌는지를 생각하고, 하얀 박스와 빨간 박스는 인지 능력이 없기에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라는 대답을 GPT-4는 추가한다.
‘마음 이론’을 가진 인간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까지만 이해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은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확장된 마음 이론’을 가졌다는 놀라운 가설을 내려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 역시 가능하겠다. 이제 기계도 이해하기 시작한 타인의 마음. 그런데 왜 대한민국 정치는 여전히 모든 문제를 자기 스스로의 경험과 관점만으로만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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