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22> 4년 만의 신곡 김동률 ‘황금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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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 거리를 걷다 보면 어디선가 흐르는 엇비슷한 느낌의 양산형 K-발라드를 반드시 듣게 된다.
'전람회' 시절부터 거부할 수 없는 명품 발라드를 만들어 온, 대한민국의 발라드 장인 김동률의 소식이 궁금하던 차에, 지난 11일 무려 4년 만에, 아쉽게도 신보는 아니고 신곡 '황금가면'으로 김동률이 돌아왔다.
'황금가면'은 결코 오랜 기억 속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발라드 가수로 남지 않겠다는 현재진행형 뮤지션 김동률의 반가운 선전포고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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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 거리를 걷다 보면 어디선가 흐르는 엇비슷한 느낌의 양산형 K-발라드를 반드시 듣게 된다. 음주와 슬픔을 강요하며 울고픈 사람 뺨을 후려치는 고음의 발라드다. 어쩌면 오래전 ‘취중진담’이란 노래를 만들고 부른 김동률의 지분도 어느 정도는 있지 않을까? 그 노래 때문에 맑은 정신으로 시도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고백을 인사불성으로 만취한 채 저지르고, 결국 흑역사로 남아 지금도 가끔 이불을 차고 있을 피해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수지가 건넨 이어폰에서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기억의 습작’이 흐르는 순간, 수많은 관객은 가슴 깊이 묻어둔 첫사랑의 기억이 강제소환 당하는 체험을 했을 것이다.
‘전람회’ 시절부터 거부할 수 없는 명품 발라드를 만들어 온, 대한민국의 발라드 장인 김동률의 소식이 궁금하던 차에, 지난 11일 무려 4년 만에, 아쉽게도 신보는 아니고 신곡 ‘황금가면’으로 김동률이 돌아왔다. 많은 팬이 기다려 온 발라드가 아니다. ‘황금가면’은 힘찬 코러스와 화려한 브라스로 단단히 무장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넘버를 연상시키는 웅장하고 역동적인 곡이다. ‘당최’, ‘승전보지’ 등 일상에선 거의 쓰지 않는 어휘를 어색지 않게 노랫말로 풀어낼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지금껏 수많은 남성이 노래방에서 흉내 내려 했으나 실패했던 김동률 특유의 목소리가 가진 폭력적인 설득력 때문일 것이다.
‘황금가면’의 뮤직비디오는 마치 4분 24초짜리 감동적인 뮤지컬 한 편을 감상한 것 같다. 그동안 살벌하거나 친근한 캐릭터로 사랑받아 온 배우 조우진은 ‘황금가면’ 뮤직비디오에서 화려한 안무와 함께 마치 점점 잘생겨지는 것 같은 놀라운 열연을 펼친다. 어린 시절 그려왔던 영웅의 꿈을 되찾겠다는 선전포고와 같은 이 노래는 당당한 패기와 신념이 세월이 흐를수록 혹시나 꼰대의 꼬장으로 오해받을까봐 잔뜩 위축되어 있는 이 땅의 아재들에게 더욱 큰 공감과 감동을 전해줄 듯하다. 노래 속 돌아온 영웅 황금가면은 어쩌면 김동률 자신일지도 모른다.
‘황금가면’은 결코 오랜 기억 속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발라드 가수로 남지 않겠다는 현재진행형 뮤지션 김동률의 반가운 선전포고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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