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79] 수업이 끝났다
햇빛이 교실 깊숙이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오후 네 시. 하교 시간이다. 모자를 갖춰 쓴 아이들이 삼삼오오 교실을 떠난다. 의자를 딛고 서서 높이 걸린 모자를 집어 드는 야무진 아이가 있고, 어린 동생의 모자 끈을 정성스레 묶어 주는 의젓한 언니도 있다. 다들 집에 가느라 바쁜데 한 남자아이만 선생님 옆의 긴 의자에 앉아 눈물을 닦는다. 말썽을 부려 벌을 받는 모양이다. 그 앞에 오히려 신이 나서 빙글빙글 웃고 선 아이들은 남자아이의 친누나들이다. 백여 년 전 남의 나라 학교 풍경인데 우리 눈에도 정겹다.
캐나다 출신의 화가 엘리자베스 포브스(Elizabeth Forbes·1859~1912)는 영국인 화가 스탠호프 포브스와 결혼해 잉글랜드 남서부 해안가의 작은 마을 뉴린(Newlyn)에 정착했다. 그 전까지 그녀는 지금의 왕립미술학교인 런던의 사우스켄싱턴 미술학교에서 유학하고, 미국 뉴욕, 독일 뮌헨, 프랑스 브르타뉴 등 당시 예술의 중심지를 두루 다니며 그림을 배우고 익혔던 국제적 인사였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뉴린에 미술 학교를 세웠고, 이를 중심으로 젊은 화가들이 모여들면서 ‘뉴린 화파’를 이뤘다. 대상을 치밀하게 관찰해 정확하게 묘사하는 사실주의적 화풍에 섬세한 색채, 세련된 구성이 어우러진 포브스의 작품은 특히 그녀가 사랑했던 아이들을 그렸을 때 이처럼 탁월했다.
기록에 의하면 그림 속 울고 있는 남자아이는 동네 학교를 다니던 리처드 비비언 스파고. 이 그림의 소장처 펜리 하우스에는 그림이 그려진 해인 1889년 6월에 발행된 스파고의 졸업장도 보관되어 있다. 단정한 검은 드레스 차림의 꼿꼿한 선생님에게 눈길이 간다. 말썽꾸러기라도 잘 가르쳐 세상 밖으로 내보낸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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