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과 삶] 대통령에게 돌려주고 싶은 말
자유민주주의를 유난히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 1년이 지났다. 자유와 민주 중에도 특별나게 자유를 좋아하는 대통령이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연설을 하면 자유를 몇 번 언급했나를 갖고 언론들이 기사를 써댄다. 지난 4월28일과 29일 미국 하버드대와 의회 연설에서 대통령은 “거짓 선동과 가짜뉴스라는 반지성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위기에 빠뜨린다”고 했다. 이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은 민주세력, 인권운동가 등으로 위장하고 있다”고도 했다.
아마 대통령의 관점에서는 나 같은 사람도 ‘위장 인권운동가’로 보일 것 같다.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한 말이라서 나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런 대통령의 인식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 그랬다가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오늘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애써온 지난 역사를 부정당할 것 같아서다.
인권의 가치는 주로 자유·평등·연대로 말한다. 근대에는 박애를 말했지만, 요즘은 박애 대신 연대를 강조하는 추세가 강해 박애라는 말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니까 인권을 말하려면 자유와 평등이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야 한다.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연대는 인권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가치다. 권리이기도 하고, 자유와 평등을 실현할 수단이기 때문이다.
자유는 내 편만을 위해선 안 돼
자유는 ‘나의 자유’, 또는 내 편만을 위한 자유여서는 안 된다. 타인을 희생한 위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는 ‘폭력’의 다른 이름이다. 지난해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덮어버리려 한 시도와 대통령 발언을 그대로 보도한 MBC에 대한 탄압이 떠오른다. 국민들을 청각 테스트로 몰아넣어버리면서 논란을 희석시켰다.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했다가는 꼭 보복이 따르고야 만다. 그러니 언론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권력을 가진 자의 말은 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함에도 권력의 힘으로 감시와 비판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일은 자유도, 민주주의도 아니다.
요즘 우리나라에 새로운 조폭세력이 등장했다. ‘건폭’이 그것이다. 이 용어는 대통령의 창작물이다. 건설노조를 지칭하는 이 말은 대통령이 노동조합을 대하는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노조를 섬멸할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금도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고, 소환조사받은 노조 간부만 1000명이 넘으며 구속자도 16명에 이른다. 지난 1일 노동절에는 건설노조의 정당한 노조 활동을 공갈협박범으로 몰아버리는 것에 분노한 노조 간부가 분신해 사망했다.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도 그렇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69시간 노동제를 도입하려다가 청년층의 반발을 샀다. 그러면서 오히려 부자 감세와 법인세·종합부동산세 감세를 통해 부자들의 지갑만 보살펴준다.
그러다 보니 세수가 펑크 나 이제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밥그릇마저 빼앗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는 정책들을 추진한다. 그 외에도 여당 쪽 단체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인권조례·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추진되고 있으니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한편에서는 인권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도 하지 않는다.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에게 사과 한 번 안 한 것만이 아니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제3자 변제를 추진하고 있다.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다시는 그런 인권침해를 낳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는 것이 다시 그와 같은 인권침해를 방치하겠다는 얘기로 들리는 것은 너무 과민한 반응일까?
잘못된 확신에 찬 그를 늘 경계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진리의 독점자’처럼 행세한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지나친 확신이 되레 걱정을 낳는다. 그런 대통령에게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 인권 피해자들의 간절한 호소가 닿을 수 있을까? 범죄자를 다루듯이 상대를 다루고, 국민을 다루는 그런 태도를 걷어내지 않고는 자유도, 민주주의도 없다. 윤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에는 자유도, 민주주의도 없다. 오로지 폭력과 독재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제 윤 대통령의 발언을 그에게 돌려줘야 할 것 같다.
잘못된 확신에 찬 대통령과 정부를 “늘 경계하고 속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자유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져야 한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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