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노시니어존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카페 출입문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출입문에는 ‘노시니어존’이란 문구와 함께 ‘60세 이상 어르신 출입 제한’이라고 적혀 있었다. 해당 카페는 한적한 주택가에 있고, 좌석이 많지 않은 소규모라고 했다. 사진을 올린 사람은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부모님이 지나가다 보실까 봐 무섭다”고 했다.
어린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에 이어 노인 출입을 제한하는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이 등장했다. 온라인에선 논쟁이 벌어졌다. 한쪽에선 특정 연령대의 입장을 막는 것은 차별이라고 했다. ‘아이 혐오에 이어 노인까지 혐오하나’, ‘차별이 자연스러워져서 씁쓸하다’, ‘어버이날에 이런 사진이 올라오다니’ 등의 불편함을 드러냈다. 또 한쪽에선 ‘가게 사정도 들어봐야 한다’, ‘진상 부리는 사람이 많으면 저럴 수 있다’ 등의 옹호론도 있었다.
이후 해당 카페의 여성 점주가 남성 어르신들에게 성희롱을 당해 이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심정은 이해가 간다’는 공감을 사기도 했지만, 연령으로 출입을 금지한 것은 차별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노키즈존’에 대해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시니어존이 등장한 이유는 시니어라고 불리는 중장년 손님들이 카페 주인에게 민폐를 끼치기 때문이란다. 특히 젊은 여성이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중장년 남성 손님들이 쓸데없는 질문을 하거나,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영업 종료 후 술 한잔 하자는 등의 추태를 부린다고 한다. 소위 ‘진상 손님’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엔 식당에서도 노인을 반기지 않는 느낌이다. 젊은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눈치가 보인다는 노인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를 MZ세대 사이에서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정서가 누적돼 내면화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세대 갈등이 깊어지면서 노인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는 추세다. 서로 이해와 배려를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더 삭막하고 세대 간 충돌도 커질 것이다. 어찌됐든, 노시니어존은 좀 씁쓸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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