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를 기억한다[2030세상/박찬용]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2023. 5.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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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통명사처럼 된 '소확행'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에서 나온 구절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였다.
그때 젊은이들은 류도 동경했는지 '무라카미 류는 도대체?'라는 책까지 나왔다.
그러나 나는 불편하게라도 전해져야 할 이야기가 세상에 있으며, 류는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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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통명사처럼 된 ‘소확행’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에서 나온 구절이다. 나는 위스키와 러닝의 유행도 하루키와 일말의 상관이 있다고 생각한다(둘 다 하루키가 다뤘다). 하루키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 소식도 매년 연말 캐럴처럼 들려온다. 2023년 신작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예전 작품에 내용을 덧붙여 새로 쓴 소설인데도 한국에서까지 관심거리다. 이런 때를 맞춰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1990년대. 신촌 상권이 홍대보다 크고 신해철과 조성민이 살아 있던 그때는 한국에도 ‘투 무라카미’가 유행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였다. 하루키가 비틀스를 들으며 여자와 손을 잡아보려 하던 남자의 마음을 상징했다면, 류는 와인을 마시며 온갖 여자들과 대담한 대화를 즐기는 도시 남자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젊은이들은 류도 동경했는지 ‘무라카미 류는 도대체?’라는 책까지 나왔다. ‘한국 대중문화인 23인이 본 무라카미 류의 작품세계’라는, 대단히 90년대적인 기획도서였다.
2023년 5월 현재 류의 신작은 번역되지 않고 있다. 류 역시 꾸준히 신작을 쓰는데도. 그의 2020년 작 ‘미싱, 잃어버린 것’은 한국에 출시되지 않았다. 그 전작도 한국에서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2010년대 류의 작품인 ‘노래하는 고래’나 ‘올드 테러리스트’ ‘55세부터 헬로 라이프’를 읽어본 사람을 본 적은 별로 없다. 나는 그게 류의 이야기가 불편해서라고 생각한다. 류는 눈을 돌리고 싶을 만큼 자세한 묘사에 능하다. 그 메스 같은 묘사력으로 젊을 때는 섹스, 폭력 등을 다뤘고 요즘은 노인, 가족 등을 다룬다. 읽기 편치 않은 소재다.
류가 불편한 이야기를 적는 이유가 있다. 그는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관심사는 소수자들’이라고 했다. 한 사회의 소수자가 처한 고민은 그곳의 모순을 상정하고, 소수파의 의견을 번역해주는 게 소설가의 역할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그가 다룬 자극적인 소재들은 늘 한 집단의 소수자가 처하는 상황들과 맞닿아 있었다. 그 복잡한 상황 자체가 딜레마로 가득한 현대 사회였다. 그러나 2010년대 한국 서점가의 경향은 ‘힐링’이었다. 간단하고 예쁜 잠언, 표지에 누워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치유계 에세이가 온 서점에 덮였다. ‘무라카미 류’풍의 이야기를 서점에서 찾기 어려워졌다.
류가 한국에 보여준 관심을 봐도 한국 독자는 류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루키는 공식적으로 한국에 온 적이 없고 인터뷰도 패션 잡지와 딱 한 번 했다. 반면 류는 한국을 자주 찾았고 한국에 대한 애정도 자주 전했다. 한국 출판 시장은 류를 너무 빨리 잊어버렸다. 그를 잊지 않은 팬도 있다는 걸 한 번쯤은 말하고 싶었다.
세상이 한 바퀴 돌았는지 이제 힐링풍 에세이가 서점에서 줄어들고 있다. 우연인지 류의 ‘오디션’도 재발매됐다. 역시 자극적이고 불편한 소설이다. 그러나 나는 불편하게라도 전해져야 할 이야기가 세상에 있으며, 류는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소설 ‘유튜브’를 출시했다. 여전히 시대적이지 않은가. 언젠가 류의 신작을 번역하고 싶다.
1990년대. 신촌 상권이 홍대보다 크고 신해철과 조성민이 살아 있던 그때는 한국에도 ‘투 무라카미’가 유행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였다. 하루키가 비틀스를 들으며 여자와 손을 잡아보려 하던 남자의 마음을 상징했다면, 류는 와인을 마시며 온갖 여자들과 대담한 대화를 즐기는 도시 남자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젊은이들은 류도 동경했는지 ‘무라카미 류는 도대체?’라는 책까지 나왔다. ‘한국 대중문화인 23인이 본 무라카미 류의 작품세계’라는, 대단히 90년대적인 기획도서였다.
2023년 5월 현재 류의 신작은 번역되지 않고 있다. 류 역시 꾸준히 신작을 쓰는데도. 그의 2020년 작 ‘미싱, 잃어버린 것’은 한국에 출시되지 않았다. 그 전작도 한국에서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2010년대 류의 작품인 ‘노래하는 고래’나 ‘올드 테러리스트’ ‘55세부터 헬로 라이프’를 읽어본 사람을 본 적은 별로 없다. 나는 그게 류의 이야기가 불편해서라고 생각한다. 류는 눈을 돌리고 싶을 만큼 자세한 묘사에 능하다. 그 메스 같은 묘사력으로 젊을 때는 섹스, 폭력 등을 다뤘고 요즘은 노인, 가족 등을 다룬다. 읽기 편치 않은 소재다.
류가 불편한 이야기를 적는 이유가 있다. 그는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관심사는 소수자들’이라고 했다. 한 사회의 소수자가 처한 고민은 그곳의 모순을 상정하고, 소수파의 의견을 번역해주는 게 소설가의 역할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그가 다룬 자극적인 소재들은 늘 한 집단의 소수자가 처하는 상황들과 맞닿아 있었다. 그 복잡한 상황 자체가 딜레마로 가득한 현대 사회였다. 그러나 2010년대 한국 서점가의 경향은 ‘힐링’이었다. 간단하고 예쁜 잠언, 표지에 누워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치유계 에세이가 온 서점에 덮였다. ‘무라카미 류’풍의 이야기를 서점에서 찾기 어려워졌다.
류가 한국에 보여준 관심을 봐도 한국 독자는 류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루키는 공식적으로 한국에 온 적이 없고 인터뷰도 패션 잡지와 딱 한 번 했다. 반면 류는 한국을 자주 찾았고 한국에 대한 애정도 자주 전했다. 한국 출판 시장은 류를 너무 빨리 잊어버렸다. 그를 잊지 않은 팬도 있다는 걸 한 번쯤은 말하고 싶었다.
세상이 한 바퀴 돌았는지 이제 힐링풍 에세이가 서점에서 줄어들고 있다. 우연인지 류의 ‘오디션’도 재발매됐다. 역시 자극적이고 불편한 소설이다. 그러나 나는 불편하게라도 전해져야 할 이야기가 세상에 있으며, 류는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소설 ‘유튜브’를 출시했다. 여전히 시대적이지 않은가. 언젠가 류의 신작을 번역하고 싶다.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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