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소비자 피해와 엄벌주의

경기일보 2023. 5.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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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장

헬스장 이용 계약 후 중도 해지했을 때 남은 이용 금액을 환급해 주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을까?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3월 소비자상담 동향을 보니 총 4만4천197건 중 상담 1위 품목이 ‘헬스장’으로 1천471건이었다. 대부분의 헬스장 분쟁은 이용 계약 후 중도 해지했는데 헬스장에서 남은 이용 기간에 대한 환급을 지연하거나 거부해 발생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이용하지도 않을 헬스장 이용 요금을 포기할 수 없어 1372에 도움을 구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최근 소비자분쟁조정 사례 중에는 ‘3개월 이용 금액 20만원 체결 후 소비자가 한 달 만에 해지신청’했지만 헬스장에서는 ‘당초 3개월 계약할 때 할인가를 적용했는데 해지하게 되면 정상가를 적용하므로 환급할 금액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정위원회의 결정은 어땠을까? 우선 헬스장은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1개월 이상에 걸쳐 계속적으로 또는 부정기적으로 서비스를 공급하는 계약으로 중도에 해지할 경우 대금 환급의 제한 또는 위약금에 관한 약정이 있는 거래)’에 해당하고 소비자가 해지할 경우 사업자는 ‘손실을 현저하게 초과하는 위약금을 청구할 수 없고, 수령한 대금의 환급을 부당하게 거부해서도 안 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위약금과 이용 금액을 공제하고 약 10만원을 환급하라는 결정이었다. 그런데 헬스장에서 조정안마저 거부하면 민사소송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10만원을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소비자는 포기할 것이다.

방문판매법에는 법을 위반해 위약금을 과다하게 청구하거나 대금 환급을 거부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헬스장에서 중도 해지 시 환급해 주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도 가능하다는 것인데 아직까지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 규정이 잘못됐거나 실효성이 없다는 말이다.

최근 라면, 커피 등 생활소비품을 할인 판매한다고 소비자를 속여 74억원을 편취한 사업자, 그리고 선불결제 포인트로 수만명에게 피해를 입힌 사업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소비자와 관련된 법률을 보면 소비자를 기만해 판매하거나 청약 철회를 방해하면 징역형 및 벌금형에 처하는 등 벌칙 규정은 매우 엄중하다. 하지만 피해 소비자의 감정만큼 강하게 처벌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나치게 관용을 베풀면 그 법의 실효성은 떨어지고 결국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일부 악의적, 상습적이고 다수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위법 사업자에 대한 준엄한 법의 심판은 대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를 위해, 또 법규정을 준수하는 수많은 사업자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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