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수막 특권 고수 인천시의회... 누가 시켜서인가
인천시의회가 정당 현수막 규제에 대놓고 반대하고 나섰다고 한다. 인천시가 상정한 관련 조례 개정안에서 핵심 조항을 빼버리고 통과시켰다. 시민들 여론은 어떠하든 조례 개정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의사표시다. 명분은 지난해 말 국회가 통과시킨 상위법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재의 요구를 해오면 어떡하느냐는 걱정이다. 시 집행부가 곤란한 입장에 처할까 걱정해 주는 건가. 그보다는 정치 현수막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하지 말라는 얘기로 들린다.
인천시가 이번 시의회에 옥외광고물 조례 일부 개정(안)을 상정했다. 옥외 광고물 중 정당 현수막의 설치 기준을 정하는 내용이다. 정치 현수막 사태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비롯했다. 별로 하는 일도 없는 국회가 옥외광고물법을 슬그머니 바꾼 것이다. 정치 현수막은 언제 어디든지 얼마든지 내걸어도 괜찮다는 법이다. 이후 벌어진 소동은 현수막 공해, 정치 공해를 불러왔다. 시민들 눈길 가는 곳이면 어디서건 정치 현수막이 펄럭였다. 시민들은 보행과 운전을 방해받고 소상공인들은 간판이 가려져 장사에 차질을 빚었다. 인천에서는 20대 대학생이 정치 현수막 줄에 목이 걸려 다치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무소불위,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 현수막 특권 때문이다.
이런 사안임에도 인천시의회는 개정 조례안 중에서 핵심 조항을 삭제해 버렸다. 12조 2항이다. 정당이 상위법에 따라 정치적 표현의 현수막을 걸 때는 지정 게시대를 이용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한곳으로 모아 그나마 시민 피해를 줄여보려는 고육지책이다. 그런데 시의회가 심의 과정에서 이 조항을 들어내 버렸다. 정치 현수막이 지금처럼 계속 난립해도 군·구 등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그 난리를 치고도 정치 현수막 개선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린 셈이다.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말거나 정치 현수막은 손대지 못하도록 하고 싶은 것이다. 계속 이대로 맘껏 내걸고 싶은 것이다. 내년 총선이 점점 다가오니 더 그런가 보다. 혹시 상전인 국회의원 등이 시의원들에게 시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 악법을 그대로 두는 걸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시민들이 왜 정치 현수막을 싫어하는가. 꼭 일상의 생활을 방해 받거나 장사에 지장을 받아서만이 아니다. 욕설에 가까운 상대 비방이나 낯간지러운 자화자찬을 쳐다보기 싫은 것이다. 사자성어로 말하면 정치혐오다. 정치 하는 이들은 이런 생각일 것이다. 싫어하든 말든 지명도만 높이면 된다. 그러면 시민들은 다시 그 나물에 그 밥들을 찍어줄 것이다. 정치 현수막 사태가 우리 정치의 백년하청을 고착화할까 걱정이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김정은 "핵무력 한계 없이 강화…전쟁준비 완성에 총력집중"
- ‘징역형’ 흔들리는 이재명... ‘대망론’ 굳어지는 김동연
- 경기도가 키운 ‘군공항 이전’ 갈등 [집중취재]
- 인천 오피스텔 화장실서 가스 폭발 추정 화재…3명 화상
- 전국 곳곳 한파특보…아침 '첫 영하권' [날씨]
- 수원 영통·권선구 일부 가구 단수 발생… 주민 불편
- 北, 김여정 위협 후 쓰레기 풍선 날려...올 들어 31번째
- 바이든, 북한군 대응에 러 본토 타격 미사일 허용
- 박단 "국민의힘과 한동훈 부끄러운 줄 알아야"
- ‘명태균 진상조사단, '윤 대통령 선거사무소' 불법 조사 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