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재학생 남녀 성비 8:2···심각한 '남초 현상' 이유 알고보니
일본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히는 도쿄대가 지속적인 성비 불균형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50.7%에 그치는 일본이지만 도쿄대는 유독 여성이 적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대학은 여성 교수 비율도 16%에 그쳐 심각한 ‘남초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도쿄대생들은 ‘YourChoiceProject(초이스프로젝트)’라는 조직을 꾸려 지방 여고생들을 대상으로 유치 활동을 벌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2일 ABEMA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2020년 도쿄대 학부 합격자는 전체 3083명이지만 이 중 여성은 589명으로 19.1%에 불과했다. 대학은 2020년까지 여성 학부생 비율을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무위에 그쳤다. 2021년에 처음으로 여성 입학생 비율이 21%.1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매체는 이에 대해 사회적 인식을 원인으로 꼽았다. 즉 ‘남자는 좋은 대학에 가서 취직하고 가정을 부양한다’는 관념과 ‘여자는 가정을 지키고 남편을 지지한다’는 전통적 성역할이 아직도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지원하는 여성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도쿄대의 기형적 성비는 일본 사회에 뿌리 깊은 성불평등의 부산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여성의 도쿄대 진학을 기피하는 극단적 사례가 이 대학 입학식 축사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2019년 4월 일본의 유명한 사회학자인 우에노 치즈코 명예교수는 “도쿄대에 진학한 남녀 학생에게 어떤 환경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타 대학과의 미팅에서 도쿄대학 남학생은 인기가 있습니다"라며 “도쿄대 여학생은 그렇지 않습니다. ‘너 학교 어디 다녀?’라는 질문을 받으면 '도쿄에 있는 대학···'이라고 답한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도쿄대라고 말하면 기피하기 때문’이랍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학생은 도쿄대 학생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데에 반해 왜 여학생은 대답을 주저할까요. 남성의 가치와 높은 성적은 일치하는 반면 여성의 가치와 높은 성적 간에는 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여자는 어릴 때부터 귀여울 것을 요구받습니다. 귀엽다는 것은 어떤 가치일까요. 사랑받고 선택받고 보호받는 가치에는 상대방을 절대로 위협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포함됩니다. 그렇기에 여자는 자기 성적이 우수한 것과 도쿄대생인 것을 숨기고자 합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전국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초이스프로젝트가 벌인 인식 조사에서도 이와 같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해당 조사에서 지방 여학생들은 명문대 진학보다 안전권 대학과 자격증 취득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 요인 중 하나로 ‘딸은 곁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서 '보호자가 집과 가까운 대학을 요구하는가', '본인이 집 근처 대학 진학을 중시하는가'라는 항목에서도 가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부모들이 '딸은 고향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경향이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또 학비 부담과 안전에 대한 우려로 상경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많다고 조사됐다.
도쿄대는 성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자 이미 2003년 12월 ‘남녀공동참가 기본 계획’을 세웠다. 이를 추진하고자 2006년 4월에는 총장 직속기구인 ‘남녀공동참가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대학은 10년 전부터 입학생 일부에게 4년 동안 소정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원거리에서 상경한 여학생들을 위해 2017년부터 캠퍼스 주변에 거주 공간을 확보해 입주 매달 3만엔(약 30만원)씩 최대 2년간 월세를 보조해주고 있다.
공동참가실장을 지낸 마쓰키 노리오 교수는 “지방 여학생들의 자신감 부족도 도쿄대 진학 포기로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성장의 기회가 성별로 막히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자신의 능력을 자각해 더 정진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초이스프로젝트의 공동 대표 가와사키 리운은 “도쿄대가 최고라거나 모두가 이곳을 목표로 진학해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라면서도 “태어난 곳이나 성별에 따라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면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도쿄대는 부족한 여성 교수를 늘리고자 2027년까지 약 300명을 채용해 여성 교원 비율을 2022년 기준 16%에서 25%로 높이기로 했다. 여성만을 공모하는 방법 등으로 여성 교수 141명, 준교수(조교수) 165명을 채용할 계획을 세웠다. 교수뿐 아니라 강사와 조교도 여성을 늘려 약 5000명인 교원 가운데 여성 비율을 현재 16%에서 25%로 높일 방침이다.
한편 일본 정부가 2020년 발표한 ‘남녀공동참가 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여성 대학 진학률은 50.6%다. 남성은 56.6%로 여성보다 5.9%포인트 높다. 전문대 진학률은 여성 27.1%, 남성 20.6%로 여성이 남성보다 6.5%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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